“70대 87.8% 투표”…선관위 “6·3 대선, 50·60·70 중심 고령층 결집 뚜렷했다”
유권자 참여 양극화와 세대 격차를 둘러싼 물음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다시 부각됐다. 고령층의 높은 결집 속에 18세 투표율이 크게 뛰어오르면서, 한국 정치의 세대별 투표 지형이 재편되는 조짐도 함께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을 연령과 성별, 투표 방식별로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선거인명부를 바탕으로 전체 선거인 4천436만3천148명 가운데 약 10%인 450만6천881명을 표본 추출해 조사했으며, 사전투표와 재외투표는 전수조사로 집계했다. 표본조사에서 나온 전체 투표율은 79.5%로 실제 투표율 79.4%와 0.1%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연령대별 투표율을 보면 70대가 87.8%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87.3%, 50대가 81.8%로 뒤를 이었다. 반면 80세 이상은 65.8%에 그쳐 전 연령대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고령층 가운데서도 70대와 60대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비교하면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투표율이 상승했다. 특히 18세 투표율이 5.6%포인트 늘어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세부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첫 대선 투표권을 행사하는 18세 유권자들의 참여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해졌다고 해석했다.
성별 격차도 눈에 띄었다. 여성 투표율은 80.3%, 남성은 78.6%로 집계돼 제20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투표장에 나섰다. 직전 대선에서는 여성 77.5%, 남성 76.8%였기 때문에, 남녀 모두 참여율이 올라간 가운데서도 여성 우위 구조가 유지된 셈이다.
투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선거일 투표율은 여성 46.1%, 남성 41.3%로 여성 쏠림 현상이 분명했다. 연령대별로는 선거 당일 70대가 52.3%로 가장 높았고, 18세는 51.3%로 과반을 넘겼다. 반면 19세는 37.1%로 가장 낮아, 청년층 내부에서도 연령에 따라 투표 행태가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사전투표에서는 남성이 우세했다. 사전투표율은 남성 36.2%, 여성 33.3%로 남성이 2.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9.6%, 60대가 40.0%로 높은 편이었으며, 80세 이상은 23.5%에 머물렀다. 중·장년층이 사전투표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초고령층에선 이동 부담과 건강 문제 등이 여전히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투표 방식 선호도에서는 호남권이 뚜렷하게 구분됐다. 광주는 선거일 투표율 30.7%, 사전투표율 52.1%였고, 전북은 당일 26.5%, 사전 53.0%, 전남은 당일 26.1%, 사전 56.5%로 나타났다. 이 세 지역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는 선거일 투표율이 사전투표율을 웃돌았다. 호남 유권자들이 사전투표 제도에 특히 친숙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재외투표율은 79.5%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 80.0%, 남성 78.9%로, 국내와 마찬가지로 여성 참여율이 소폭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18세에서 각각 85.8%, 87.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편에선 80세 이상이 남성 38.0%, 여성 26.2%로 가장 낮았다.
선관위 분석에 따르면 재외투표를 포함해 성별·연령별 투표 행태는 국내와 해외에서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다만 18세 유권자들의 재외투표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은, 유학·이주 등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청년층의 정치 관심이 높아졌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연령별·성별 투표율 구조가 차기 총선과 대선 전략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령층의 높은 결집도는 기성 정당에 유리한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18세를 중심으로 한 첫 선거 참여 세대의 확대는 정책 의제와 후보 구도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선거제도 개편과 투표 편의 확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령·성별·지역별 투표 행태를 추가로 분석해 향후 제도 개선과 유권자 교육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이러한 통계를 토대로 청년층과 고령층을 아우르는 맞춤형 선거 전략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