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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호르몬 영상 잡는 FES 듀켐바이오 정밀진단 승부수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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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 전략을 바꾸는 방사성의약품 기반 정밀 영상진단이 국내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방사성의약품 기업 듀켐바이오가 유방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듀켐바이오 에프이에스 주사액 플루오로에스트라디올18F액 FES 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전신의 호르몬수용체 상태를 한 번에 파악하는 PET CT 진단이 현실적인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기반 치료제 선택이 더 정교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듀켐바이오가 19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FES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한 방사성의약품이다. 체내 에스트로겐 수용체ER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활용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컴퓨터단층촬영CT를 결합한 영상으로 수용체 발현을 시각화한다. 전체 유방암의 약 70퍼센트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을 보이며, 이 수용체 발현 여부가 항호르몬제 요법 등 치료법 결정의 핵심 지표가 된다.

특히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재발 과정에서 호르몬 수용체 상태가 변하거나 병변 부위마다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보이는 이질성이 빈번하다. 병변이 폐, 복막, 골격계 등 여러 부위로 퍼져 있을수록 모든 병소를 조직검사로 확인하기 어려워 치료 전략 수립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FES PET CT 영상진단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기술로 평가된다. FES 주입 후 촬영을 통해 전신 병변의 에스트로겐 수용체 발현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조직검사 없이도 호르몬수용체 상태를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PET CT 기반 영상진단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바늘 삽입이나 조직 채취가 필요 없기 때문에 환자의 통증과 출혈, 감염 등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점도 임상 현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영상 접근이 어려운 부위에 대한 평가 역량도 강화될 전망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FES는 폐, 복막, 골반뼈와 같이 침습적 조직검사가 부담되는 부위의 병변을 비교적 안전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 결과에서는 FES PET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난 병변이 실제 조직검사에서도 모두 호르몬 수용체 양성으로 확인됐다. 진단 민감도는 76.6퍼센트, 진단특이도는 100.0퍼센트로 제시되며, 위양성 없이 호르몬수용체 양성 병변을 골라내는 데 강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표적 영상제와 같은 방사성진단 의약품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항호르몬 치료 전략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기존에는 유방 원발 병변이나 일부 전이 부위의 조직을 채취해 수용체 상태를 가늠했다면, 이제는 전신 수용체 지형을 영상 데이터로 해석해 치료제 선택과 변경 시점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듀켐바이오의 FES 허가로 국내 유방암 진료 현장도 이 흐름에 합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약물을 결합해 체내 특정 표적에 결합시킨 뒤, 그 분포를 영상으로 읽어내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FES는 에스트로겐 유사 구조 덕분에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발현하는 암조직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며, 여기서 방출되는 양전자를 검출해 영상화한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호르몬수용체 양성형과 삼중음성형 등 분자 아형에 따라 예후와 약제 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런 분자 이미지 진단은 정밀의료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PET CT 장비와 FDG포도당 유사체 등 전통적인 방사성추적자를 활용한 암 진단이 널리 사용되지만, 표적 수용체를 직접 보여주는 특수 방사성의약품의 상용화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다양한 표적 방사성의약품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FES 품목허가는 국산 방사성의약품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고도화하는 계기로도 해석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보험 등재 여부가 보급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듀켐바이오는 품목허가를 발판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급여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급여 적용이 이뤄질 경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반복 조직검사 대신 FES PET CT로 치료 방향을 조정하는 임상 사용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비급여 상태가 길어지면 고가 영상검사로 분류돼 실제 활용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듀켐바이오 김상우 대표이사는 FES는 기존 진단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고 복잡한 유방암의 생물학적 특성을 더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이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해 환자와 의료진에 실질적인 임상 가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듀켐바이오는 보험 등재 절차를 병행하면서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상업 공급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FES와 같은 표적 방사성의약품이 국내 정밀의료 인프라 확충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전신 영상 데이터를 치료 전략에 본격 반영하는 흐름이 자리잡을지, 보험 제도와 의료현장의 수용성이 어떤 속도로 따라갈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진료 표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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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켐바이오#fespet#유방암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