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임상 성공에 투자열기 과열”…한국 바이오주 랠리, 글로벌 희귀암 치료제 시장 촉각

신유리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5일, 한국(Republic of Korea) 코스닥 시장에서 면역항암 신약개발사 바이젠셀 주가가 임상 2상 성공 발표를 계기로 급등하며 희귀혈액암 치료제 분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벤처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5일 장 마감 기준 바이젠셀 주가는 10,20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13.33퍼센트 상승했다. 최근 한 달간 상승세가 이어지며 6개월간 지속됐던 하락 흐름을 되돌린 데다, 52주 신고가인 10,740원에 근접해 추가 상승 기대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 후보물질 VT-EBV-N의 임상 2상 성공과 조기 상업화 로드맵 발표가 주가 급등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분석] 임상 2상 성공에… 바이젠셀 면역항암주 모멘텀 재부각
[분석] 임상 2상 성공에… 바이젠셀 면역항암주 모멘텀 재부각

바이젠셀은 NK/T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한 VT-EBV-N 임상 2상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하며 2년 무질병생존율 95퍼센트라는 결과를 제시했다. 회사 측은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고 사망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안전성과 효능 모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2월 한국 당국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2027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NK/T세포 림프종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많지 않은 희귀 혈액암에 속한다. 다만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예후가 좋지 않아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해 온 영역이다. 한국 바이오벤처가 이 분야에서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점은 국제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재편 과정에서 잠재적 파트너십과 기술이전 협상 여지를 넓힐 수 있는 계기로도 해석된다.

 

한국 증시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주가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5일 기준 외국인은 약 1만 8천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고, 기관도 소폭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단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가총액 약 2천억 원 규모, 코스닥 445위권 중소형주인 만큼 유통 물량 회전율이 가파르게 높아진 상태다.

 

예상 매출이 상당 기간 제한적인 바이오벤처 특성상, 바이젠셀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임상 성과와 기술이전 가능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기준 PBR은 0.83배 수준이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16퍼센트 대로 낮은 편이라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업화 지연 시 추가 자금조달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투자가들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한국 바이오 섹터 전반에서는 최근 유전자 치료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관련 종목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지놈앤컴퍼니, 신라젠 등 동종 섹터 기업들도 투자 테마로 부각되는 가운데, 바이젠셀은 실제 임상 성공이라는 근거를 제시한 점에서 단순 기대감에 의존하는 종목들과 차별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모세포종 치료제 VC-302가 한국 국가신약개발사업단 과제로 선정된 점도 파이프라인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급격한 주가 상승은 규제 리스크도 동시에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바이젠셀을 투자주의 및 투자경고종목으로 연속 지정했으며, 일정 조건 충족 시 매매거래를 정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러한 조치는 기업의 기술적 성과와 별개로 단기 과열 양상에 대한 제도적 경고로, 차익 실현 매물을 자극하며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투자자 입장에서는 VT-EBV-N 임상 데이터의 상세 공개 수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심사 기준, 이후 글로벌 3상 또는 해외 허가 전략이 핵심 관전 포인트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희귀질환·세포치료제 포트폴리오 강화를 선언한 가운데, 한국 바이오벤처와의 라이선스 아웃이나 공동개발 계약 체결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향후 주가 흐름은 한국거래소의 단기 과열 규제와 심리적 지지선으로 거론되는 1만 원선 유지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2월 예정된 조건부 허가 신청과 잠재적 파트너십 구체화가 중장기적인 주가 재평가의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바이오벤처의 임상 성과가 실제 상업적 성공과 기술 협력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바이젠셀#vt-ebv-n#nk/t세포림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