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3.1 급락…환율 하락에 국내 금 시세 75만원대로 후퇴
국내 금시세가 하루 만에 3를 웃도는 낙폭을 기록하며 75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국제 금값이 소폭 상승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화 가치가 뛰자 국내 금 가격이 역풍을 맞은 모습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율 흐름에 따라 향후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30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금 1돈3.75g 국내 시세는 75만 9038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78만 3413원보다 2만 4375원 떨어져 등락률로는 마이너스 3.1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81만 원 선에 올라섰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사이 5만 원 이상 급락한 셈이다. 최근 1주일 평균가와 견줘도 3.9, 3만 911원 낮은 수준이다.

하락 압력의 핵심 요인은 환율이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달러 기준으로 거래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기준 금 시세는 하락하는 구조가 작동한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7원 내린 1432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로 표시된 금 가격을 원화로 환산할 때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고점인 1480원대에서 40원 넘게 가파르게 내려왔다.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물량이 상단을 강하게 제어하고 있어 환율 상승 탄력이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금거래소 관계자는 작정한 당국이 롱 매수 심리를 짓눌러놓은 상황이라며 수출업체의 연말 네고 물량까지 본격 출회될 경우 환율 하방 압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도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외국인은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35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풍부한 외국인 매수세가 원화 수요를 키우며 환율을 끌어내린 셈이다. 이러한 환율 하락 기조는 국제 금값이 오르더라도 국내 금값은 되레 떨어지는 가격 괴리 현상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날 국제 금 시세 흐름은 국내와 온도 차를 보였다. 국내 기준가로 환산한 국제 금값은 75만 1268원으로 전일 대비 2757원, 0.4 상승하며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 수요는 다소 약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들과 접촉하며 종전 협상이 몇 주 내 타결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계기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동반되며 국내 금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USA GOLD는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뉴스와 환율 변동에 따라 금값이 출렁일 수 있지만,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의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이 여전히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금시세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환율이 1430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금값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시장에 퍼져 있다. 단기 급락에 따른 저점 매수 유혹이 커질 수 있지만 환율 방향성과 내년 1월 초 발표될 미국 주요 경제지표를 먼저 확인하며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향후 금 가격 흐름은 환율과 미국 통화정책 신호, 지정학 리스크 변화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