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BM 경쟁력에 조직개편까지”…SK하이닉스, AI 수요 탄력 타고 실적주 부각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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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한 달간 조정과 반등을 반복하며 박스권에 머무는 가운데, AI 반도체 성장성과 HBM 경쟁력을 중심으로 실적 기반 주도주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AI 수요 확대와 조직 개편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기대가 커지는 반면, 글로벌 금리와 경쟁 심화 우려가 투자 심리를 갈라놓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 상승 국면 속에서 향후 수급과 정책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지 주목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5일 장 마감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544,000원으로 전일 대비 0.37% 올랐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는 52만 원대와 54만 원대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6개월 기준 장기 추세에서는 여전히 우상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20일 이동평균선 지지 여부가 단기 추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분석] AI 조직개편 가속화… SK하이닉스 HBM관련주 성장세 강화
[분석] AI 조직개편 가속화… SK하이닉스 HBM관련주 성장세 강화

수급 흐름을 보면 외국인은 최근 1주일간 매도 우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4일에는 약 76만 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5일에는 매도 규모가 약 18만 주로 줄어들었다. 같은 날 기관은 약 18만 주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상당 부분 받아냈다. 이 구간에서는 외국인 대량 매도 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기관 매수 유입 시 하방이 지지되는 패턴이 두드러졌다.

 

동종 업계 내에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위이자 반도체 업종 최상위권 종목이다. 상장주식수는 약 7억 2,800만 주, 시가총액은 약 396조 원 규모다. 외국인 지분율은 53.18%로, 삼성전자 52.21%를 소폭 웃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초대형주임에도 외국인 비중이 높은 만큼,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해외 금리·지수 흐름 등 외부 수급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업종 평균을 소폭 하회했으나, 1년 기준으로는 업계 대비 압도적인 주가 성과를 기록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재무와 밸류에이션 지표에서는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2024년 예상 영업이익은 약 23조 4,600억 원으로 추정되며, 현재 주가 기준 PER은 6.4배 수준으로 집계된다. 내년 예상 PER 10.24배와 반도체 업종 평균 15.69배 대비 할인 폭이 큰 편이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 4.00점, 목표주가 746,154원을 제시하고 있어 현 주가 대비 약 37%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가총액 396조 원이라는 덩치를 고려할 때 30%대에 달하는 예상 ROE는 대형주로서는 이례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가 하단을 떠받치는 요인으로는 기업 내부 펀더멘털 호재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세계반도체연맹 GSA 시상식에서 재무관리 최우수상과 아태 반도체 기업상을 동시 수상하며 기술력과 재무 건전성을 인정받았다.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는 350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중심의 수출 전략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한 조직·산업 측면 개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HBM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R&D 역량을 집중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회사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를 내세우며 AI 인프라 시장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소재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과 협력해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EUV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착수하며 공급망 안정과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중장기 투자가 AI 관련 수요 확대 국면에서 수익성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다만 대형 고객사와 경쟁사의 움직임, 거시 경제 변수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 D램 시장 1위를 탈환할 가능성과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 격차 확대를 거론하며 SK하이닉스의 이익 성장세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금리 결정 일정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조정 등 대외 요인이 단기 수급 불안을 자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를 유도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HBM, DDR5 테마의 핵심 대장주로 꼽히며, 최근 흐름은 테마성 기대를 넘어 실적 기반 주도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 상단을 지지하는 재료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론 등 후발 주자가 추격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HBM3E 등 차세대 제품 경쟁력이 당분간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 SK하이닉스의 강점은 30~40%대에 이르는 예상 영업이익률과 ROE다. 이는 삼성전자 8.37%, 이오테크닉스 9.08% 등 주요 경쟁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업황 상승 구간에서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특히 HBM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반도체 다운사이클 진입 시 실적 변동성이 경쟁사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구조적 리스크도 지적된다. 현재로서는 업황이 우호적인 사이클인 만큼 단기에는 약점보다는 높은 수익성이 부각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많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가격 구간별 대응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단기적으로는 527,000원 전저점 지지 여부가 관건이며, 이 가격대를 지키면 55만 원선 재돌파 시나리오가 유효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기적으로는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성장을 전제로 60만 원선 안착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50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고,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기관 수급 유입과 매크로 환경 개선 시 전고점인 64만 원대 회복이 목표선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SK하이닉스 주가 흐름이 미국 금리 결정, 글로벌 반도체 지수 방향 등 거시 환경과 외국인 수급 여부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경쟁사의 HBM 수율 개선과 공급 확대, 주요 고객사 투자 계획 변화 등 뉴스가 단기 투자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업황 지표, 수급 동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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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hbm#ai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