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서 빠진 플랫폼법”…입법 난항 속 규제 논쟁 확산
온라인플랫폼법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주요 이슈에서 제외되며 입법 속도가 다시금 늦춰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되던 플랫폼 규제안은 삼성, 네이버 등 국내 대형 IT기업과 구글, 메타, 애플 등 해외 글로벌 기업들을 함께 겨냥해 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이번 협상 결과를 “국가 간 통상 규제와 기술 산업 Ecosystem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플랫폼법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가 최종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협상 단계에서는 논의가 있었으나 본 협상 테이블에서는 빠졌다”고 밝혔다. 플랫폼법은 시장지배적 온라인사업자가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 반경쟁 행위 시 처벌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연평균 매출, 월평균 이용자 등 다양한 조건을 기반으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해외기업들까지 규제대상에 포함돼 시장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기술 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내 업계는 “규제 요건 충족을 위해 정책, 시스템 변경 등 운영비가 크게 늘어 혁신 여력이 약화된다”는 입장이다. 해외 기업, 특히 미국 IT업계는 “사실상 미국 기업만을 정조준한다”고 주장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플랫폼 독점규제를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명시했고,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들은 과도한 규제가 시장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조건상 중국 빅테크는 제외되기에 규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미국 정치권 역시 플랫폼법 저지를 위한 압박에 동참하는 등 양국간 통상 마찰 가능성을 키웠다.
이 같은 배경에서 정부와 국회는 우선 거래공정화법 등 상대적으로 통상 충돌 우려가 적은 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속도 조절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거래공정화법은 국내 플랫폼 내 입점 사업자 간 거래관계 투명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비교적 산업계 반발이 적다. 동시에, 미 의회가 공정위에 브리핑을 요청하는 등 협상 외압도 지속되고 있어 규제 논의는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반면,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오히려 입법 시일이 지연될수록 대형 플랫폼의 독점·불공정 문제 해소가 어려워진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정부는 기술혁신 촉진과 시장 공정성 확보 두 축의 균형점을 모색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문제, 국내외 산업계 구성원 이해관계, 이용자 보호라는 세 변수 간의 조화가 입법 성패를 가르리라 전망한다. “플랫폼 산업 규제 논쟁은 향후 데이터, 인공지능 등 IT 핵심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시장 혁신과 공정경쟁 논리가 맞서는 국면의 향배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법안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추진될지, 글로벌 IT 생태계와의 접점에서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