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민원 하나로 간편하게”…식약처, 의료기기 신고 플랫폼 손질
의료기기 행정 절차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 전용 전자민원 플랫폼을 대폭 개편해 공개하면서, 특히 신생·소규모 업체의 규제 접근성과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신고 시스템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행정이 재정비되면서, 의료기기 산업 전반의 디지털 행정 인프라 수준도 한 단계 올라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의료기기 분야 디지털 규제 인프라 고도화의 분기점 가운데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관련 민원 접수와 처리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의료기기전자민원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16일부터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의료기기 허가 신고, 생산·수입 보고, 회수 보고 등 각종 행정 절차를 통합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으로, 이번 개편 방향은 접근성 강화와 처리 속도 향상에 맞춰졌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1등급 의료기기 신고 지원 기능 강화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1등급 의료기기는 스타트업과 소규모 제조·수입사가 많이 진입하는 영역인데, 그간 서류 작성 오류와 신고 절차 해석 난이도가 진입장벽으로 지적돼 왔다. 식약처는 이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표준 서식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고, 품목별 가이드라인 제공 대상을 기존 3종에서 75종으로 크게 늘렸다. 품목별로 요구 서류와 작성 요령을 세분화해 제시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보완 요구를 줄이고 민원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민원 시스템 활용도를 좌우하는 매뉴얼 체계도 손봤다. 기존에는 업무별로 쪼개진 팝업 형태 안내가 제공돼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번 개편에서는 게시판 형태로 재구성해 한곳에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별도 파일 다운로드 없이 화면에서 바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뷰어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또 민원 접수에서 처리 완료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 전자민원시스템 사무처리 절차 매뉴얼을 새로 배포했다. 의료기기 기업 입장에서는 신고, 보고, 변경, 회수 등 개별 행위마다 해석하던 규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돼, 내부 품질관리와 규제 대응 프로세스 설계 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기관 내부적으로도 처리 기준을 통일함으로써 심사 편차를 줄이고, 민원인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사용자 편의 기능은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강화됐다. 의료기기 품질책임자 교육 이수 관리 기능을 고도화해, 의무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대상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알림을 발송하도록 했다. 품질책임자는 제조·수입·유통 과정 전반의 품질 시스템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으로, 교육 미이수는 곧 안전관리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디지털 알림 기능이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보고 업무의 반복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능도 추가됐다. 의료기기 생산·수입 중단 보고 시 개별 모델을 하나씩 입력하던 구조를 개선해, 여러 모델을 동시에 선택해 일괄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회수 계획보고와 종료보고 입력 화면도 손봐, 실제 업무 흐름에 맞게 항목을 재정비하고 불필요 입력을 줄였다. 시험검사기관 지정서 관련 기능 역시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정비해, 검사기관과 기업 간 행정 처리 과정의 마찰을 줄이도록 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규제 환경에서도 전자민원 시스템은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미국 등 주요국 규제당국은 허가 신청, 이상사례 보고, 회수 보고를 점차 디지털 포털 중심으로 통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실사용데이터 연계 등 데이터 기반 규제 모델을 준비 중이다. 국내 의료기기전자민원시스템 개편은 이런 흐름에 맞춰 기본 시스템의 사용성을 먼저 끌어올리는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전자 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중소 의료기기 업체의 디지털 역량 격차를 해소하는 과제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늘어날수록 정보는 풍부해지지만, 현장 인력이 이를 해석하고 실제 업무에 녹여내기 위해선 교육과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자민원 시스템이 규제 부담을 줄이는 도구가 되려면, 시스템 설계뿐 아니라 사용자 교육과 피드백 반영 구조가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약처는 이번 개편으로 특히 1등급 의료기기 신고가 많은 신생·소규모 업체가 서류 작성 부담을 줄이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고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사용자 중심 기능 개선을 이어가고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해, 모든 의료기기 관련 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안전관리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전자민원 인프라가 실제 규제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