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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저감 철강부품 혁신기술”…현대차·기아, 국가 기술수상→친환경 제조가속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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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가 2025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세 개 부문을 휩쓸며 미래 제조기술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현대차·기아는 산업통상부가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자동차 철강 부품 제조 혁신 기술로 대통령상을 받았고,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 기술로 장관상을 추가했으며, 차량 모션 제어 기술을 이끈 연구 책임자가 산업기술진흥 유공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고 3일 밝혔다. 자동차 제조업의 탈탄소와 노동 환경 개선, 전동화차 제어기술 고도화를 한 축으로 묶는 기술 포트폴리오가 국가 차원의 평가에서도 동시에 조명된 셈이다.  

 

대한민국 기술대상은 매년 산업통상부가 산업현장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성과를 평가해 기업과 기술인을 선정하는 행사로, 수상 기술의 산업 파급력과 실용성, 그리고 중장기 성장 기여도를 중점적으로 본다. 올해 대통령상을 받은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철강 부품 제조 혁신 기술은 새시 부품 생산 과정에서 필수로 여겨지던 열처리 공정의 시간을 크게 줄이면서도 기존과 동등한 수준의 강도와 연성 등 물성을 확보한 점이 핵심 성과로 평가됐다. 특히 이 공정 기술이 양산 전 영역으로 확산될 경우 새시 부품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대 70퍼센트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이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도 제조 공정의 탄소 중립을 얼마나 깊이 있게 설계할 수 있는지가 완성차 기업의 새로운 경쟁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탄소저감 철강부품 혁신기술 현대차·기아, 국가 기술수상→친환경 제조가속
탄소저감 철강부품 혁신기술 현대차·기아, 국가 기술수상→친환경 제조가속

탄소 저감 공정과 더불어 산업 현장의 인체 공학적 혁신도 주목받았다. 현대차·기아가 장관상을 수상한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는 어깨 부위 근력을 기계적으로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반복적인 상부 작업이 많은 생산라인과 물류 환경에 투입돼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고 작업 피로도를 경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제조업 내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력 의존적 공정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시도가 구체적 기술로 구현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동 강도 완화와 품질 안정성을 병행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하며, 향후 다관절 보조와 AI 기반 작업자 상태 모니터링 기능 등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차량 주행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제어 기술 부문에서도 성과가 인정됐다. 현대차·기아 차량제어개발센터를 이끌고 있는 오종한 센터장은 구동모터 기반 차량 모션 제어 기술인 E-VMC 개발 성과를 비롯한 기술 리더십을 높게 평가받아 산업기술진흥 유공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E-VMC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주로 기계식 부품과 제동 시스템에 의존하던 차체 자세 제어를 전기차 특유의 정밀한 구동모터 제어로 통합·고도화하는 개념으로, 노면 조건과 운전자의 조작 의도를 종합 분석해 토크 배분과 차체 거동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기 동력계와 소프트웨어 제어 기술이 결합하는 이 영역은 향후 자율주행과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서 결정적 핵심 기술군으로 꼽히며, 국내 연구진이 축적한 제어 로직과 검증 데이터는 전동화 라인업 전반으로 단계적 확대가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수상 이력이 단발성 성취라기보다 제조 공정 탄소 저감, 근로 환경 개선, 전동화 플랫폼 제어 기술을 삼각축으로 하는 중장기 전략의 중간 이정표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탄소 저감 철강 부품 기술의 양산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 전반의 에너지 소비 구조와 소재 수요에도 변화를 유발해, 철강사와 부품사 간 공동 연구와 설비 고도화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동시에 엑스블 숄더를 포함한 착용로봇 계열 기술은 라인별 작업 표준을 재정립하고, 향후 글로벌 공장 간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할 경우 생산 거점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구개발 조직 관점에서 보면, 한 해에 대통령상부터 산업기술진흥 유공 훈장까지 이어진 수상은 인력과 자본이 집중된 전동화·소프트웨어 영역뿐 아니라 전통 제조 공정과 현장 인체 공학, 그리고 제어 알고리즘 개발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제조 공정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과 안전·피로도를 고려한 생산 환경 설계, 전기차 플랫폼 기반 제어 기술의 동시 진전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질적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기아가 후속으로 제시할 양산 적용 로드맵과 협력사 참여 구조는 곧 국내 자동차 밸류체인의 기술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동할 전망이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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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엑스블숄더#e-v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