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로봇 감속기 신사업에 30% 폭등”…아이로보틱스, 테마 수급에 상한가 마감

한유빈 기자
입력

로봇 감속기 신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닥 소형주 아이로보틱스 주가가 12월 10일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미중 로봇 기술 패권 경쟁과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기조가 겹치며 로봇 부품 기업으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단기간 급등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10일 오후 3시 6분 기준 아이로보틱스는 전 거래일 대비 29.99퍼센트, 359원 상승한 1,556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 12월 2일 기록한 저점 1,036원과 비교하면 6거래일 만에 50퍼센트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거래량은 1,659만 주에 달해 직전 거래일 대비 폭증했고, 장중 내내 상한가를 유지하며 강한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분석] 상한가 문 닫았다… 아이로보틱스, 로봇 감속기 신사업 기대감에 30% 폭등
[분석] 상한가 문 닫았다… 아이로보틱스, 로봇 감속기 신사업 기대감에 30% 폭등

수급 주체별로는 개인이 상승장을 주도했다. 최근 매매 동향을 보면 기관 투자는 사실상 참여가 없는 가운데, 외국인은 12월 5일 5만 5천 주를 순매도한 뒤 8일과 9일에는 소폭 순매수로 전환하며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한가를 기록한 이날도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 창구에 매수 주문이 몰리며 전형적인 테마주 장세가 펼쳐졌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4퍼센트 수준으로 낮아, 이번 주가 급등은 구조적 매집이라기보다 로봇 관련 뉴스에 반응한 개인 자금 유입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가총액이 609억 원에 그치는 초소형주라는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이로보틱스의 상장주식 수는 약 3,915만 주이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대형 소재 기업에 비해 펀더멘털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몸집이 가벼운 만큼 테마 형성 시 주가 탄력성이 높다”면서도 “하락 구간에서 방어 장치가 약해 급락 위험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급등의 배경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아이로보틱스는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등에 PE필름과 원료를 공급해온 산업용 필름 제조업체였지만, 성장성 한계를 의식해 로봇 감속기 등 정밀 로봇 부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매출의 약 61퍼센트가 PE 원료, 37퍼센트가 산업용 필름에서 발생하는 구조지만, 로봇 부품이 가시적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 기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된 모습이다.

 

글로벌 로봇 산업을 둘러싼 환경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며 투자와 기술 개발 경쟁을 강화하자, 국내 로봇 밸류체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물류 자동화 확산으로 로봇 감속기와 같은 핵심 부품 수요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후발주자인 아이로보틱스에도 시장 진입 기회가 열려 있다는 낙관적 시각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재무와 실적 측면에서는 아직 과도기라는 평가가 많다. 회사의 2024년 결산 기준 매출액은 361억 원,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5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순이익이 마이너스여서 주가수익비율은 계산되지 않고 있으며, 주가순자산비율은 0.5배 수준으로 장부가치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부채비율 20퍼센트대, 유보율 120퍼센트 수준으로 재무 안전판은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자기자본이익률이 마이너스 1.14퍼센트에 그칠 만큼 수익성은 저조하다. 시장에서는 “현재 주가는 실적보다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를 먼저 반영한 구조”라고 해석한다.

 

과거 경영권 변동과 지배구조 관련 이슈도 잠재 리스크로 거론된다. 2025년 경영진 교체와 최대주주 변화 과정에서 발생했던 각종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로봇 사업이 실질적인 기술력 확보와 양산으로 이어질지, 또는 일시적인 주가 부양 재료에 그칠지에 대한 시장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소형주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사업 목적 변경과 로봇 테마 편입만으로도 개인 매수세를 끌어모을 수 있지만, 향후 실질적인 수주 공시나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로보틱스는 동종 업종 내에서 ‘성장 잠재력’에 베팅하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기존 대형 화학 소재 기업들이 업황 둔화로 부진을 겪는 가운데, 로봇이라는 확실한 미래 성장 스토리를 앞세워 차별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영업이익률이 2퍼센트대에 머물러 수익성 개선이 필수 과제지만,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 물량이 가벼워 단기 모멘텀 플레이에는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상한가 잔량 소화 양상과 다음 거래일 개장 직후 주가 흐름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 1,556원 수준이 지지선으로 기능할 경우 단기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리지만, 이 가격대가 무너질 경우 차익 실현 물량이 급격히 출회해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중기적으로는 1,800원 안착 여부가 추세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하방으로 1,300원 이탈 시에는 상승 추세 훼손을 염두에 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아이로보틱스의 향후 실적과 로봇 부품 사업의 구체적인 진척 상황에 따라 현재 주가 수준이 정당화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 관심은 향후 사업 성과, 신규 수주, 기술 검증 등 실물 지표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유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아이로보틱스#로봇감속기#코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