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포터블X-ray로 진단 혁신"…포스콤, 휴대용 플랫폼 승부수
AI 기반 휴대용 영상진단 기술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포스콤이 세계 최대 영상의학 학술대회에서 공개한 차세대 포터블 엑스레이 장비는 병원 내 고정식 장비가 맡아온 정밀 진단 기능을 이동형 플랫폼으로 옮기는 시도로 평가된다. 응급 현장과 의료 인프라 취약 지역에서 고품질 영상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업계는 이번 발표를 포터블 영상진단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포스콤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RSNA 2025 북미영상의학회에서 신기술을 적용한 AI 포터블 엑스레이를 선보였다고 4일 밝혔다. RSNA는 글로벌 영상의학 기업과 의료진이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는 최대 규모 학술 전시회로, 이 자리에서 포스콤은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휴대용 진단 플랫폼 시장을 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기존 포터블 장비의 한계를 개선한 5대 AI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신제품의 첫 번째 특징은 환자 체형 자동 인식 기능이다. 장비가 촬영 대상의 체격과 두께를 실시간 분석해 방사선량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최소 선량으로 표준 수준의 영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체형별로 노출 조건을 일일이 설정해야 했던 기존 장비 대비 사용자 개입을 크게 줄이는 구조다. 두 번째는 그리드 효과 보정 기능이다. 그리드는 산란선을 차단해 선명도를 높이는 부품인데, 포터블 환경에서는 그리드 사용이 쉽지 않아 노이즈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포스콤은 AI 알고리즘으로 그리드가 없는 촬영에서도 유사 효과를 구현해 영상 노이즈를 낮추도록 설계했다.
세 번째로는 촬영 직후 영상 선명도 자동 향상 기능을 도입했다. 엑스레이 이미지에서 뼈, 연부조직, 기기 삽입물 등을 구분해 대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가 후처리 없이도 판독에 적합한 품질을 확보하도록 했다. 네 번째 기능은 병변 의심 부위 자동 표시다. 폐 영역이나 골절이 빈번한 해부학적 부위를 중심으로 통계적 패턴을 학습한 AI가 이상 소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역에 시각적 마커를 제시한다. 포스콤은 이 기능을 통해 숙련도가 낮은 사용자도 중대한 이상 소견을 놓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섯 번째 축은 사용 환경을 고려한 하드웨어와 AI 엔진의 통합 설계다. 경량화된 본체와 고효율 배터리를 적용해 응급실, 병동, 구급차, 이동형 진료소 등 전원과 공간 제약이 큰 환경에서도 장시간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초고속 AI 엔진을 탑재해 대용량 영상을 촬영 직후 장비 내부에서 바로 분석하는 구조를 갖췄다. 별도 서버 전송이나 클라우드 접속 없이도 현장에서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네트워크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의 활용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시장 측면에서 포스콤은 이번 제품을 통해 포터블 장비의 주 사용처를 병원 내부에서 바깥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재난 현장, 군 의료 시스템, 개발도상국 원격 촬영 거점, 이동 검진 차량 등에서 엑스레이가 1차 진단 도구로 쓰이는 만큼, 장비의 기동성과 진단 보조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해외 영상의학 전문의와 디스트리뷰터들은 포터블 장비 수준에서 병변 의심 영역을 자동 표시하는 기능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들도 포터블 영상장비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대형 의료기기업체들이 기존 디지털 엑스레이 라인업에 AI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를 연동해 판매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포스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레디올로지 워크플로를 통합 설계한 포터블 특화 제품으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휴대성과 배터리 성능, 온디바이스 AI 처리 능력은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된다.
다만 각국 규제 환경은 변수로 남아 있다. 병변 자동 표시 등 진단 보조 기능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돼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요구받게 된다. 미국 FDA와 유럽 규제당국은 AI 기반 영상판독 보조 소프트웨어에 대해 알고리즘 변경 시 재심사를 요구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콤이 글로벌 인증을 어떤 일정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실제 상용화 속도와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콤은 자체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클라우드 기반 판독 플랫폼과 연동해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포터블 엑스레이에서 수집되는 대규모 영상을 학습해 각 질환별 특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구독형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상의학계에서는 의료 인력 부족과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포터블 AI 영상진단 기술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래 포스콤 대표는 현재의 글로벌 포터블 엑스레이 1위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영상진단 흐름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영상 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포스콤의 AI 포터블 엑스레이가 규제 허들을 넘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