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로봇수술기 가이드라인 제정…식약처, 제품화 속도전에 불붙인다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 개발을 둘러싼 규제환경이 정비되면서 수술로봇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와 심사 절차를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제품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경과 척추, 정형외과, 비뇨기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수술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 경쟁 구도 속에서 국내 산업의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의 신속한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발간한다고 12일 밝혔다. 그동안 개별 업체가 심사 기준과 요구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것과 달리, 이번 가이드라인은 허가 절차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규제 요건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는 의사의 통제하에 수술 과정을 부분적으로 자동화하는 수술용 로봇 장비다. 신경 수술, 척추 수술, 정형외과 수술, 전립선 수술 등에서 수술 부위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절개와 절골, 삽입물의 삽입 및 고정과 같은 과정을 로봇이 반복·정밀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수술 계획과 실행을 분리해, 의사가 미리 설정한 계획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도록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이 과정에서 영상유도장치, 3차원 내비게이션, 정밀 모터 등 첨단 메카트로닉스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수기 중심 수술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난도 척추나 정형외과 수술에서 수술 부위 접근 경로가 복잡할수록, 미세한 오차가 신경 손상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는 영상 기반 위치 인식과 로봇 팔의 반복 정밀 제어를 통해 이러한 오차 가능성을 줄이고, 동일한 수준의 수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시장 측면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국내 로봇수술기 허가 건수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총 12건 가운데 2건으로 17퍼센트에 불과했지만,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총 10건 중 3건으로 30퍼센트까지 비중이 늘었다. 신체 부담을 줄이려는 환자 수요와 최소침습 수술 확대 정책, 병원의 수술실 효율화 요구가 맞물리면서 로봇수술 장비 도입이 늘어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는 특히 척추 나사 고정, 인공관절 삽입, 전립선 절제 등 반복 정밀 작업을 요구하는 시술에서 의료진 피로를 낮추고, 수술 시간과 재수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가이드라인은 산업계가 가장 어려워하던 허가 심사 준비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사용 목적과 장비 성능, 시험 규격 등을 어떻게 심사 신청서에 반영할지에 대한 작성 방법을 제시하고, 성능시험과 임상시험에서 어떤 지표로 유효성을 평가할지 예시를 담았다. 또한 적용 부위와 수술 방법에 따라 임상시험 자료 제출이 필요한지, 어떤 수준의 임상 데이터가 요구되는지 사례 중심으로 제시해, 기업이 불확실성을 줄인 상태에서 연구개발과 임상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수술로봇 기업과의 경쟁 구도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복강경 수술 중심의 다관절 로봇수술기가 보편화되는 동시에, 척추·정형외과 특화 자동화 수술 플랫폼이 시장을 넓혀가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은 핵심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가격 경쟁력과 병원 맞춤형 기능을 앞세우려 하지만, 허가·보험·품질 기준의 불확실성이 투자와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개발 초기에 필요한 안전성과 성능 수준을 명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임상 설계와 해외 진출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핵심 쟁점이다. 수술 과정에 자동화 기능이 개입하는 만큼, 로봇 오작동이나 소프트웨어 오류에 대한 대비책과 책임 소재 등도 향후 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과학 전문성을 토대로 성능·안전성 시험 기준과 임상자료 요구 수준을 정교하게 다듬어, 환자 안전과 기술 혁신 사이 균형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발간을 통해 첨단 로봇기술을 적용한 국내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고,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도 첨단기술 기반 의료기기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가 실제 임상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해 수술 효율과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