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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로 직무 넓혔다”…연세의료원, 장애인 고용률 100 달성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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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장애 특화 직무가 대형 의료기관의 고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스마트 위치 감지와 사물인터넷 등 IT 기반 직무를 대거 신설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100을 달성했다. 대다수 1000인 이상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기준인 3.1에 못 미치는 가운데, 의료 디지털 전환과 포용 채용을 결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모델이 병원 IT 인프라 확산과 맞물려 새로운 고용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연세의료원은 3일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법정 기준 이상으로 채우며 장애인 의무고용률 100를 초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첫 초과 달성 이후 현재까지 기준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 중이다. 모든 인력은 단기·파견이 아닌 직접 고용 형태로,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병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장애인 의무고용현황에 따르면 1000인 이상 기업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97로, 법정 의무고용률 3.1에 미달한다. 대형 사업장 다수가 부담금을 내며 법적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세의료원이 직접고용과 직무 다변화로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IT 기술을 활용한 장애 친화적 직무 설계 전략이 뒷받침했다. 연세의료원은 2022년 10월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고용추진체를 구성해 협업을 이어왔다. 공단과 직무개발 업무 협약을 맺고 부서별 직무 수요조사와 직무개발 워크숍을 통해 기존 간호·사무 보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직무를 발굴했다.

 

새로 마련된 직무에는 스마트 위치 감지 기술을 활용한 환자이동보조원이 포함됐다. 병동 내 환자 위치 정보를 실시간 파악하고 이동 동선을 관리하는 역할로, 위치 기반 서비스 기술과 병원 정보시스템을 함께 쓰는 구조다. IoT 기반 혈압측정보조원 직무도 도입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는 혈압 측정 장비와 연동해 측정 데이터가 자동으로 전자의무기록에 연계되도록 지원하고, 장비 상태를 점검하는 식이다. 디지털 미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재택근무 미술작가, 우편실 업무 보조, 빅데이터 분석센터 도우미 등도 새로 만들어 IT 인프라와 연계된 단순 반복 업무를 장애 친화형 일자리로 재구성했다.

 

의료원에 따르면 이런 직무 재설계를 통해 2022년 1 초반대에 머물던 장애인 고용률은 2024년 2대로 상승했고, 올해 들어 3.1 의무고용률을 충족하며 100 수준을 달성했다. 단순 보조 인력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새로운 업무를 장애 친화 직무로 제도화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연세의료원은 채용 단계 이후 교육과 적응 과정에도 디지털 기반 맞춤 지원을 더하고 있다. 직무별 요구 역량에 맞춘 현장 훈련과 직무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근로자 대상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정례화했다. 의료원은 이런 프로그램이 장기근속률 제고와 조직 내 협업 문화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병원 IT 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의료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헬스 투자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직무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병원 정보시스템 고도화, IoT 의료기기 도입, 빅데이터 센터 구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세의료원 모델은 디지털 전환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결합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장애인 직무를 IT·데이터 업무와 연계해 단순 보조에서 벗어난 전문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다른 의료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다만 장애인 고용을 위한 디지털 직무 확대가 확산되려면 제도·인프라 측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병원마다 상이한 정보시스템 구조와 인력 운영 방식, 보안 규정 등을 고려하면 표준화된 직무 모델 확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관련 예산과 교육 인력, 데이터 보호 기준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연세의료원의 장애인 채용모델이 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넘어 근로자 간 화합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장애 친화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며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IT 업계는 이러한 모델이 다른 대형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으로 확산될지, 그리고 디지털 헬스 생태계 전반의 고용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주목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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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장애인고용#세브란스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