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계획 없다”…조니스루지, 애플 칩 전략 흔들림 우려 진화
현지시각 8일, 미국(USA)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애플(Apple) 내부에 전달된 한 통의 메모가 글로벌 기술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애플 칩 부문을 총괄하는 조니 스루지 수석 부사장이 최근 불거진 퇴사설을 일축하고 당분간 회사를 떠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핵심 임원 이탈이 이어지던 애플의 리더십 불안에 숨고르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8일, 스루지 수석 부사장은 부서 내에 공유된 내부 메모를 통해 자신이 애플에서의 미래와 관련된 여러 소문과 추측을 직원들이 접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이끄는 팀과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당분간 애플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메시지는 불과 며칠 전 스루지 수석 부사장이 애플을 떠나 다른 기술 기업으로의 이직을 포함한 진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진 직후 나왔다. 앞서 블룸버그는 스루지 수석 부사장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가까운 시일 내 퇴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쿡 CEO가 그를 붙잡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보상 패키지와 더 큰 역할을 제안했다고 전한 바 있다.
스루지는 2008년 애플에 합류한 이후 자체 설계 칩 전략인 이른바 애플 실리콘 로드맵을 진두지휘해 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제품군에 들어가는 칩 아키텍처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며, 성능과 전력 효율성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설계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기술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는 애플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설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시장에서는 스루지가 이끄는 칩 조직이 애플의 장기 성장성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아이폰과 맥, 웨어러블 등 주요 하드웨어의 성능, 배터리 수명, 인공지능(AI) 연산 능력이 모두 칩 아키텍처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그의 이탈 가능성은 애플의 중장기 기술 전략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리스크로 간주돼 왔다. 최근 퇴사설이 부각되자 글로벌 증시와 IT 업계에서는 애플 칩 로드맵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스루지의 잔류 선언은 당장의 칩 전략 공백 우려를 가라앉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칩 설계는 수년에 걸친 장기 로드맵과 대규모 인력·자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핵심 리더 교체는 개발 일정 차질과 방향성 수정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의 내부 메모가 알려지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애플 실리콘 프로젝트가 기존 계획에 따라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다만 애플 최고 경영진의 이탈 흐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때 쿡 CEO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달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부문을 총괄하던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 부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2017년부터 애플의 법무 라인을 이끌어온 케이트 애덤스 수석 부사장 역시 사임 수순을 밟고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총괄해온 앨런 다이는 애플을 떠나 메타(Meta)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디자인, AI, 법무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해 온 리더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애플 내부 리더십 구조가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빅테크 전반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서비스 중심 전략 전환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의 연쇄 인사 이동은 팀 쿡 CEO의 향후 은퇴 시점 및 후계 구도와도 연동된 사안으로 관측된다. 일부 시장 참여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최고 임원단 변화를 두고 차기 리더십을 현실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사전 정리 작업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루지와 같은 핵심 기술 리더의 거취는 애플이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다음 세대 경영진을 구성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글로벌 주요 매체와 투자자들은 스루지의 잔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애플 리더십 전환기의 변동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애플이 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AI·서비스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칩과 AI, 디자인을 담당하는 핵심 인재들의 배치가 향후 기업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루지 수석 부사장의 잔류 선언이 애플 칩 전략에 대한 단기 불확실성은 줄였지만, 연쇄적인 최고 임원 이탈 이후 회사가 조직 재편과 승계 구도를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와 투자 심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자본시장은 애플이 이번 인사 변화를 계기로 어떤 중장기 기술·경영 전략을 제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