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경로 안갯속”…뉴욕증시, FOMC 경계 속 동반 약세에 변동성 확대
현지시각 기준 8일, 미국(USA) 뉴욕증시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둔 경계심이 짙어지며 3대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며 관망에 나섰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현지시각 기준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5.67포인트(0.45%) 내린 47,739.3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3.89포인트(0.35%) 떨어진 6,846.51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32.22포인트(0.14%) 하락한 23,545.90에 마감했다. FOMC를 하루 앞두고 위험 선호가 약화되며 3대 지수가 동반 조정을 받은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우세하게 반영하고 있다. 다만 금리인하 결정 자체보다는 분기마다 제시되는 경제전망요약(SEP)과 위원들의 개별 금리 전망이 반영된 점도표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 내에서도 내년 이후 적정 금리 수준을 둘러싼 시각차가 존재하는 만큼, 점도표가 사실상 향후 통화정책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투자자들은 12월 금리인하 이후의 정책 경로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추가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경계감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 이런 가운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적어도 내년 4월까지 금리인하가 1회(25bp)에 그칠 가능성을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 종료를 앞두고 있는 점도 시장 심리에 변수가 되고 있다. 스티븐 콜라노 인티그레이티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 만료되는 만큼 내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전망은 어느 정도 불가지론적일 것”이라며 “금리인하가 2026년 더 후반으로 계속 밀리기 시작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에 더 부정적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내부 논의와 정치 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통화정책의 가이던스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메시지도 세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심리를 동시에 자극했다. ECB 집행이사 이자벨 슈나벨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ECB의 다음 통화정책 조정 방향이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그런 기대에 꽤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가 둔화 속에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ECB 내부 인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슈나벨 집행이사의 발언 직후 독일(Germany) 10년물 국채금리는 6bp(0.06%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이에 연동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3bp(0.03%포인트) 넘게 올랐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 기대가 동시에 상향 조정되며 채권 가격은 하락했고, 주식시장에서는 특히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와 방어주에 매도 압력이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배경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동안 시장을 지배해 왔던 만큼, ECB의 매파적 발언은 그 흐름에 제동을 거는 신호로 해석된다.
섹터별로 보면 기술주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에너지, 임의소비재, 소재,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의료·건강 관련 종목들이 모두 1%를 웃도는 낙폭을 보였다. 전통 제조업과 우량 가치주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커지자, 시가총액이 큰 일부 기술주가 지수 하락을 제한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 초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1.72% 상승했다. 장 마감 이후 실제로 H200 대중 수출이 승인되면서 관련 기대는 더욱 확인됐다. 미국(USA)과 중국(China) 간 기술 통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특정 제품에 대한 수출 허용 여부가 개별 기업의 실적 전망과 주가에 직결되는 구조가 다시 한 번 부각됐다. 브로드컴도 2.78% 상승 마감하며 반도체·AI 관련 수혜 기대를 이어갔다.
반면 올해 하반기 들어 강한 랠리를 펼쳤던 알파벳은 2% 넘게 떨어지며 차익실현 매물에 눌렸다. 테슬라도 3.39%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고평가 논란과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용의주도한 인수합병(M&A) 이슈를 둘러싼 개별 종목의 급등락도 두드러졌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가 반독점 심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3% 이상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인수 건에 직접 관여하겠다고 밝힌 점도 규제 리스크 인식을 부추겼다. 행정부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앞으로 미국 내 빅테크·미디어 업계의 대형 M&A가 더 촘촘한 심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인수전에 참여했던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와 함께 인수를 타진했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브라더스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9% 넘게 급등했다. 워너브라더스 주가 역시 4.41% 오르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인수전 구도는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재편 경쟁이 한층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지수 편입 이슈도 개별 종목 주가를 크게 흔들었다. 미국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 카바나는 S&P500 지수 편입 소식이 전해진 뒤 12% 급등했다. 대형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과 유동성 개선 기대가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이 특정 종목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시장 변동성을 가늠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25포인트(8.11%) 상승한 16.66을 기록했다. FOMC를 앞둔 경계감과 더불어 ECB 매파 발언 등 주요국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국제 금융시장은 앞으로 발표될 연준의 경제전망, 점도표, 그리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바탕으로 내년과 그 이후의 금리 경로를 다시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ECB를 비롯한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입장 변화와 맞물려 글로벌 자금 흐름과 자산가격 변동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