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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바오서 한국 계정 판친다”…쿠팡, 유출 연관성 선 그어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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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 계정이 거래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최근 불거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의 연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타오바오를 비롯한 중국 오픈마켓에는 한국 쇼핑 플랫폼 계정을 사고파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다만 쿠팡은 이번 유출 사건과 타오바오 계정 판매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국경을 넘는 계정 매매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한국 이커머스 산업 전반의 계정·데이터 보안 수준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타오바오에는 올리브영, 번개장터, 무신사, 11번가 등 국내 쇼핑 플랫폼 계정을 판매하는 글이 여전히 게시돼 있다. 판매자들은 한국 계정을 제품처럼 등록해 128위안에서 198위안 수준의 가격을 매기고 있으며, 구매자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직접 가입하기 어려운 한국 플랫폼을 우회 이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까지 쿠팡 계정도 타오바오에서 거래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재 관련 게시물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중국 내에서는 한국 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인기 상품을 구매한 뒤 중국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매대행 수요가 꾸준히 존재해 왔다. 타오바오 등에서는 수수료를 받고 한국 쇼핑몰 제품 구매를 대신해 주겠다는 글과 함께 계정 자체를 넘기는 형태의 판매도 혼재돼 있다. 계정 거래는 플랫폼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동시에 위반할 소지가 크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 특성상 플랫폼·정부·수사기관이 실시간으로 차단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번 계정 판매 이슈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맞물리며 정치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타오바오에서 쿠팡 계정이 거래된 점을 언급하며 로그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질의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직후 해외 플랫폼에서 계정 거래 정황이 포착된 만큼, 사고로 탈취된 계정이 2차 시장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쿠팡 측은 두 사건의 직접 연관성에 선을 긋고 있다.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안책임자는 전자상거래 계정 탈취와 판매는 글로벌 다크웹과 여러 경로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범죄 패턴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쿠팡 유출과 타오바오 계정 거래 사이에 구체적인 연계 정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또 공식 공지를 통해 카드정보와 결제정보, 패스워드 등 로그인 핵심 정보는 노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도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국내 플랫폼 계정이 중국 오픈마켓에서 가격표를 달고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구조적인 보안·신뢰 리스크를 던지고 있다. 계정 매매는 도난 계정뿐 아니라, 사용자 동의 없이 가입된 계정이나 다수 계정을 생성한 뒤 되파는 방식까지 포함해 회색지대가 넓다. 이 과정에서 계정에 연동된 주소, 연락처, 구매 이력 등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스팸, 보이스피싱, 피싱 사이트 유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소지도 커진다.

 

경찰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가 사용한 인터넷주소를 확보하고, 피해 범위와 구체적인 유출 경로 규명에 나섰다. 수사기관은 유출 데이터가 계정 탈취나 보이스피싱, 조직적 사기 등 중대 범죄에 악용될 위험을 고려해 범죄 유형별 발생 추세를 별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시에 피해자 맞춤형 예방 활동을 병행해, 추가 계정 탈취나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경 간 이커머스가 일상화된 만큼 단일 기업이나 국가 규제만으로 계정·데이터 거래를 억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국내 플랫폼의 보안 강화, 이상 로그인 탐지와 같은 기술적 대응과 함께,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 플랫폼 사업자와의 공조 체계를 통해 계정 매매 게시물에 대한 신속한 차단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된다. 산업계는 쿠팡 사태를 계기로 계정 보안과 국제 공조 구조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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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타오바오#번개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