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검증 지연 송구"...문시연 숙명여대 총장, 김건희 석사 학위 취소 과정 사과
논문 표절 논란을 둘러싼 숙명여자대학교와 김건희 여사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숙명여자대학교가 김 여사의 석사 논문 검증 지연을 놓고 국민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총장이 직접 사과와 함께 경위 설명에 나선 것이다.
문시연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은 3일 학교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고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검증이 지연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문 총장은 "이번 사안의 처리가 더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며 "본교 대응이 늦어져 많은 분들께 실망과 우려를 안긴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지난해 9월 1일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학교 규정에 따라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재구성하고, 김 여사의 논문 의혹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대학원 학위 취소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었고 유사한 절차를 진행한 선례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숙명여자대학교는 지난해 9월 23일부터 올해 6월 19일까지 모두 19차례에 걸쳐 논의를 이어갔다. 동시에 교육부 등 관계 기관에 정식으로 유권 해석을 요청해 학위 취소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한 뒤, 관련 학칙을 개정해 김 여사의 석사 학위를 취소했다는 것이 문 총장의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는 1999년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올해 초 이 논문에 대해 표절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학교는 지난 6월 23일 교육대학원 위원회를 열어 김 여사의 석사 학위를 취소했다.
그러나 숙명여자대학교의 논문 검증 과정과 속도를 둘러싼 비판은 계속 제기돼 왔다. 숙명여자대학교는 2022년 김 여사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예비조사를 진행했고, 그해 말 본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규정은 예비조사 결과 승인 후 30일 이내 본조사를 시작하고, 착수일로부터 90일 안에 조사를 마치도록 돼 있지만, 실제 검증에는 2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돼 논란을 키웠다.
문 총장은 입장문에서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모든 사안을 처리할 때 적법성과 투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 유사한 사안에 더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연구 윤리 관련 제도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문 표절 논란은 대통령 가족을 향한 도덕성 논쟁과도 맞물려 정치권의 공방 소재가 돼 왔다. 학계와 정치권에선 숙명여자대학교의 학위 취소 결정에 이어 총장 사과와 제도 정비 계획이 공개된 만큼, 향후 다른 대학들의 연구윤리 기준과 검증 관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김 여사 논문 논란에 대해 그동안 엇갈린 입장을 보여 왔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 가족을 겨냥한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해 왔고, 야권은 검증 지연과 절차 불투명성을 문제 삼으며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해 왔다. 숙명여자대학교의 공식 사과와 학위 취소 경위 설명이 어느 정도 정치적 공방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교육부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연구윤리 기준 강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유사 사안의 처리 기준을 재정비할 경우,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