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반도체 모멘텀에 PBR 0.2배 재평가…원익홀딩스, 거래 폭증에 25% 급등
원익홀딩스 주가가 12월 15일 장중 25% 넘게 급등하며 거래량이 전일의 5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한미 양국의 로봇 산업 육성 정책과 반도체 업황 바닥 통과 인식이 맞물린 결과로, 장기간 PBR 0.2배 수준에 머물렀던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서 기업가치 재평가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장비 지주사에 로봇과 팹리스가 더해지는 사업 구조 변화가 향후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15일 오후 12시 5분 기준 원익홀딩스는 전 거래일보다 7,750원(25.37%) 오른 38,30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18일 저점 21,950원 대비 약 한 달 만에 74%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이날 주가는 시가 29,650원으로 출발해 한때 38,5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으며, 기술적으로는 단기 5일선이 20일선과 60일선을 상향 돌파한 정배열 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3만 원대를 갭 상승으로 뛰어넘어 안착하면서 추가 상승 기대를 키웠다.
![원익홀딩스[03053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768926830_657965019.jpg)
거래량도 급증했다. 오후 12시 5분 기준 거래량은 약 1,694만 주로, 전 거래일 335만 주의 5배를 크게 웃돈다. 키움증권 창구에서만 약 559만 주 매수와 585만 주 매도가 동시에 집계되며 개인 투자자 중심의 활발한 손바뀜이 진행되고 있다. 11월 말 대량 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은 12월 들어 보유율이 2.4%대까지 낮아졌으나 최근 다시 매수세를 보이며 재매집을 시도하는 기류가 포착된다. 시장에서는 장중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대량 거래를 통해 단기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되면서 하방 경직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어났다. 원익홀딩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2조 9,582억 원으로 코스닥 시총 21위에 올라 중대형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같은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소폭 약세 또는 보합권에 머물며 지수와 동조하는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원익홀딩스는 25%대 급등세로 차별화된 강세를 연출했다. 시장에서는 원익홀딩스를 단순한 반도체 장비 지주사가 아니라 로봇 밸류체인 핵심으로 재분류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2.79%로 높지 않지만, 향후 수급이 유입될 경우 주가 탄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돼 있다.
이번 주가 랠리의 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과 한국 정부가 로봇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책적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로봇 관련 종목 전반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원익홀딩스는 자회사 원익로보틱스를 통해 자율주행로봇과 로봇 핸드 등 로봇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로봇 밸류체인 수혜주로 간주되고 있다. 둘째,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력 자회사인 원익IPS 등 반도체 장비 부문의 실적 개선 기대가 지주사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
재무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눈에 띄는 지표는 PBR이다. 2024년 기준 PBR은 약 0.2배로, 장부상 자산 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88% 감소한 6,454억 원, 영업이익은 306억 원으로 축소가 예상된다. 당기순이익은 745억 원 적자가 전망되며 ROE는 -7.41%로 부진하다. 그럼에도 시장은 단기 실적 부진보다는 2025년 이후 반도체 업황 회복과 로봇 등 신사업 성과를 선반영하며, 자산가치 대비 저렴한 주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부채비율은 51% 수준으로 안정적이고, 유보율도 2,400%를 상회해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원익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매출의 약 절반을 책임지는 가스 및 반도체 장비 부문이 견조한 현금창출 기반을 제공하는 가운데, 그룹은 팹리스와 로보틱스로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원익로보틱스의 자율주행로봇과 로봇 핸드 기술은 글로벌 자동화 트렌드와 무인 공장 확산 흐름과 맞물린다. 반도체 미세공정 심화에 따른 특수가스 수요 증가와 삼성전자의 무인 공장 도입 추진 등이 맞물리며, 원익홀딩스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신사업 확대를 위한 세대교체를 단행한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강한 거래 에너지를 바탕으로 4만 원 선 돌파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봇 테마가 시장을 주도하는 국면에서 정책 관련 뉴스와 수주 공시 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한동안 확대될 여지도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3만 5,000원 안팎이 단기 지지 구간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다만 중장기 추세적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 확인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2024년 예상 순손실을 털어내고 반도체 장비와 특수가스, 로봇 등 신사업에서 매출과 이익이 숫자로 가시화돼야 한다. 현재의 PBR 0.2배 수준은 안전마진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업황 회복과 신사업 성과가 지연될 경우 저평가가 장기화되는 밸류 트랩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 유의사항도 적지 않다. 한 달여 만에 70% 넘게 뛰어오른 만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소지가 크고, 투자경고 지정이나 단기 과열 완화 장치 발동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본업인 반도체 장비와 가스 사업의 실적이 2024년까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로봇 테마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이익 창출 사이의 괴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실적 발표와 정책 후속 조치, 글로벌 반도체 투자 사이클의 방향성이 원익홀딩스 주가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