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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성 경고"…식약처, 테트로도톡신 관리 강화 주문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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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독성 물질인 테트로도톡신이 반복적으로 인체 중독 사고를 일으키면서 복어 독성 관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전남 완도와 여수에서 복어 섭취 후 중독 의심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인이 임의로 복어를 손질하거나 조리하지 말 것을 재차 당부했다. 복어는 전 세계에 120여 종 이상 분포하고 독성 강도와 부위가 종마다 다른데, 국내에서는 참복과 황복 등 21종만 식용이 허용돼 있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테트로도톡신의 강력한 신경 마비 효과와 내열성 특성상 중독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의 난소와 간, 피부, 내장 등에 주로 축적되는 자연 유래 신경독이다. 분자 수준에서는 신경과 근육 세포막 표면에 존재하는 전압 개폐성 나트륨 통로를 선택적으로 막아 전기 신호 전달을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감각 이상과 근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며, 호흡근 마비로 이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 독소는 무색, 무취, 무미인 데다 100도 전후의 일반적인 가열 조리로도 파괴되지 않아, 조리 과정에서 색이나 냄새, 맛으로 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이 치명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독성 발현 속도도 문제다. 테트로도톡신 중독은 섭취량과 체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잠복기가 30분에서 6시간 정도로 짧은 편에 속한다. 초기 1단계에서는 섭취 후 20분에서 3시간 이내 입술과 혀끝, 손끝이 저리면서 두통, 복통, 구토가 나타난다. 이어지는 2단계에서는 불완전 운동마비가 진행돼 지각 기능이 둔해지고 말이 꼬이는 언어장애와 혈압 저하가 동반된다. 독성이 더 진행되면 3단계에서 완전 운동마비 상태에 가까워져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고 호흡곤란이 심해지며, 4단계에서는 전신마비와 의식 소실, 호흡과 심장박동 정지로 이어진다. 의료진은 이 같은 병적 진행 양상 때문에 초기에 독성을 의심해 대처하는 것이 생존율을 좌우한다고 본다.  

 

식약처와 중독 전문의들은 현재 테트로도톡신에 대한 특이적 해독제가 보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한 응급 대응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복어 섭취 후 의식이 비교적 명확한 상태에서 침흘리기, 두통, 입주위 혹은 말초 마비감이 느껴질 경우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가능한 한 빨리 토해내야 한다. 이후에는 119 신고를 통해 의료기관으로 이송돼 기도 확보, 인공호흡기 사용, 혈압 유지 등 집중적인 보존적 치료를 최소 24시간에서 48시간 정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전문가들은 중독이 어느 단계에서 차단되느냐에 따라 신경 회복 정도와 후유증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독성이 특정 부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종과 계절에 따라 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일부 복어는 난소와 간에 독이 집중되지만, 계절별 산란기에는 다른 장기에도 독성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어획 지역과 개체 크기, 먹이 환경에 따른 차이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독성 분포를 계량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어업 현장과 유통 단계에서 테트로도톡신 정량 분석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표준화된 현장용 분석 장비와 규제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식용으로 허용된 21종에 대해서도 복어조리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손질과 조리에 참여해야 한다. 아가미와 내장, 난소, 간, 혈액 등 고농도 독소가 집중되는 부위를 정확히 제거하는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일반인이 자연산 복어를 직접 손질하거나 통째로 구입해 조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허가된 업소에서 자격을 취득한 조리사가 처리한 복어만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테트로도톡신 관리와 관련한 규제와 연구가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복어를 전통 식문화로 소비하는 대표 국가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허용 종과 조리 자격 기준을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복어 수입과 유통을 엄격히 제한하고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 식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식품안전기관과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저비용 고감도 독소 검출 키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테트로도톡신의 작용 기전 연구와 독성 중화 항체나 수용체 기반 해독제 탐색이 신경독 안전관리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식약처 관계자는 복어를 조리한 음식이나 유사 어종인 날개쥐치를 섭취한 뒤 손발 저림, 현기증, 두통, 운동불능,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를 받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시에 복어 섭취 문화가 유지되는 한, 독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조리 자격 제도, 현장 검사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와 규제 당국 모두 테트로도톡신 안전 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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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테트로도톡신#복어조리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