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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DP 공장 55퍼센트”…셀트리온, 생산투자 가속 글로벌공급망 넓힌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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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대량 생산 설비 투자가 글로벌 공급망 경쟁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인천 송도에 추진 중인 신규 완제의약품 생산시설 공정률이 절반을 넘기면서, 국내 생산 캐파 확대와 미국 현지 공장 인수 전략이 동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설비 증설이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글로벌 수요 대응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에 건설 중인 신규 완제의약품 생산시설의 공정률이 약 55퍼센트를 넘어섰다고 9일 밝혔다. 이 공장은 기존 제1공장 인근 부지에서 증설 중이며, 올해 2월 착공 허가 승인 이후 약 반년 만인 지난 8월 기초 공사를 마쳤다. 현재 외관 및 내부 정비 공사가 진행 중으로,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설비는 완제의약품 전용 생산시설로 설계됐다. 완공 이후에는 기존 2공장 완제 생산라인의 연간 최대 생산량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800만개 바이알 생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캐파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셀트리온은 송도에 이미 총 25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공장 가동 시 송도 단지만 놓고도 연간 1200만개 바이알 수준의 완제의약품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현재 대비 약 세 배 수준에 이르는 규모다.

 

원료의약품을 뜻하는 DS와 실제 투여 형태의 완제의약품을 의미하는 DP 생산을 동시에 확대하는 셀트리온의 움직임은 수직계열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DS 대량 배양 능력에 맞춰 DP 공정을 확충해야 공급 병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완제 단독 생산라인 증설은 기존 공정의 회전율과 유연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주사제형 바이오의약품은 냉장 유통, 충전 공정, 멸균 등 공정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전용 공장을 통해 품질 관리 표준을 고도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송도 외 지역에 대한 생산 인프라 확충 계획도 병행된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내 신규 DS 공장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충남 예산에 신규 완제의약품 생산시설을, 충북 오창에 사전 충전형 주사기 형태의 PFS 생산 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PFS는 생산 단계에서 약물을 미리 주사기에 충전해 공급하는 제형으로, 투약 편의성과 감염 위험 감소 효과 때문에 병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회사는 DS, DP, PFS를 국내 여러 거점에 분산 배치해 생산 리스크를 낮추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생산 거점 확보 전략이 병행된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일라이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연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는 즉시 최대 생산량 확장에 나서 미국 내 대형 생산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양사 협의에 따라 인수와 동시에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DS를 일라이릴리에 공급하기로 한 점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은 이미 구축된 글로벌 빅파마 공급 라인을 활용해 즉각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공급망 강화와 물류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는 생산 캐파와 공급 안정성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허가 품목 확대와 적응증 추가, 신규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넓어질수록, 특정 국가나 공장에 편중되지 않은 생산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자사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이 같은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역량 강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국제 바이오 생산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기업이 앞다퉈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위탁생산 기업뿐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들도 자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셀트리온의 행보는 자체 생산 능력을 높여 위탁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동시에 특정 빅파마와의 생산 협업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생산 구조 측면에서는 자체 생산 확대가 단가 절감과 리드타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셀트리온은 위탁생산에 비해 자체 생산 방식을 활용할 경우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기존 생산라인과의 연동을 통해 수요 변동에 맞춘 탄력적 공장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계획과 품목 전환을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제품 출하 속도를 높이고 공급 차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현지 공장을 활용하면 현지 규제 대응과 품질 검증 절차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국내외 생산 거점 이원화 전략이 향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과 한국을 양축으로 하는 생산 체계는 각 지역 규제, 보험제도, 가격정책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 인력 확보, 품질관리 표준 통합 등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규 공장 증설과 해외 생산 거점 확보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여러 국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 같은 투자 행보가 실제 시장 수요와 맞물려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질지,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 구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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