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028대로 하락 전환…외국인 6,981억 매도에 반도체 약세 겹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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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4일 외국인 매도 공세와 반도체 약세에 밀려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도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사업 관련 악재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을 거치는 국면인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9포인트 0.19퍼센트 내린 4,028.51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17.39포인트 0.43퍼센트 낮은 4,018.91에 출발한 뒤 한때 4,000선을 밑돌았으나, 낙폭을 줄이며 종가 기준 4,000선을 지켜냈다.

코스피 4,028.51 하락 마감…외국인 6천981억 매도·코스닥 7거래일 만에 반락
코스피 4,028.51 하락 마감…외국인 6천981억 매도·코스닥 7거래일 만에 반락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981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5,608억 원, 기관은 1,315억 원을 각각 순매수해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만에 다시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매도 우위로 전환했으며,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3,467억 원 순매도를 기록해 현선물 동반 매도에 나섰다.

 

환율 상승도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5.5원 오른 1,473.5원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며 외국인의 차익 실현 및 리스크 관리 수요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뉴욕증시는 미국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 ADP가 발표한 11월 민간 고용 지표 부진으로 이달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부각되면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국발 금리 완화 기대에도 국내 증시는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악재와 환율 부담에 눌리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글로벌 기술주 관련 악재는 국내 반도체주를 직격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인공지능 제품의 판매 목표와 할당량을 하향 조정했다는 보도가 알려지면서 AI 수요 둔화와 수익성 우려가 부각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제품 판매 목표 하향 의혹 제기로 AI 수요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고 분석하며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반도체주는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 약세 영향이 겹치면서 SK하이닉스는 1.81퍼센트 하락했고, 한미반도체도 4.44퍼센트 떨어지는 등 관련 종목 전반이 압박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1.91퍼센트, KB금융이 2.20퍼센트, HD현대중공업이 1.31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27퍼센트 각각 하락하는 등 일부 대형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만 삼성전자는 0.57퍼센트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구글과 HBM4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주가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자동차주는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가 6.38퍼센트 급등했고, 기아도 1.43퍼센트 상승하며 운송장비 업종 지수를 끌어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02퍼센트, SK스퀘어는 0.64퍼센트, NAVER는 0.20퍼센트 오르며 플러스권에서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이 2.51퍼센트 떨어지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고, 건설이 1.30퍼센트, 증권이 1.14퍼센트 내렸다. 반면 운송장비는 1.48퍼센트, IT서비스는 1.34퍼센트, 운송창고는 0.72퍼센트 오르며 일부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으로, 투자자들은 성장 모멘텀과 정책 수혜 기대가 있는 섹터를 중심으로 선별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코스닥 지수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고 소폭 내렸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18포인트 0.23퍼센트 낮은 929.8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2.00포인트 0.21퍼센트 오른 934.01에 출발해 장중 937.88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했지만 장 마감 시점에는 499조 원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695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15억 원, 803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 유입에도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지면서 지수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종목별로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 중 알테오젠이 0.57퍼센트, 에코프로가 2.03퍼센트, 코오롱티슈진이 0.85퍼센트, 펩트론이 1.92퍼센트, HLB가 0.62퍼센트 각각 하락했다. 2차전지와 바이오 중심 성장주에 조정 압력이 가해진 모양새다.

 

반면 로봇 관련주는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로봇 산업 육성을 본격화한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관련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6.30퍼센트, 로보티즈는 12.72퍼센트 치솟는 등 로봇 테마주가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0.64퍼센트, 리가켐바이오는 3.37퍼센트, 메지온은 3.75퍼센트 오르며 상승세에 동참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거래대금은 각각 13조6,610억 원, 12조2,86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한 거래대금은 7조2,615억 원을 기록해 비주류 시장의 유동성도 꾸준히 유지되는 모습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 환율 흐름, AI와 반도체 업황 관련 추가 뉴스가 향후 증시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과 환율 변동성에 따라 증시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국과 시장의 시선은 앞으로 발표될 미국 경제 지표와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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