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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 재사용발사체로 전환 결정…우주항공청, 2조3천억 투입해 달탐사 준비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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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을 추진제로 쓰는 재사용발사체가 우리나라 차세대 발사체 전략의 중심축으로 공식 확정됐다. 우주항공청이 차세대발사체를 일회용 케로신 발사체에서 메탄 기반 재사용발사체로 바꾸는 사업계획 변경안을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통과시키면서다. 2030년대 이후 급증할 국가 우주개발 수요와 글로벌 재사용발사체 경쟁 구도에 대응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한국형 달 탐사와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22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차세대발사체 조기 재사용화 변경안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4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확정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계획의 후속 조치로, 메탄엔진 기반 재사용 발사체를 국가 표준 발사체로 삼겠다는 방향을 재정적으로도 확정한 셈이다.

이번 재검토 결과에 따라 차세대발사체 개발에는 총 2조2920억9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기존 계획보다 2788억5000만 원 늘어난 규모로, 증액분은 메탄 추진제 기반 시험설비 구축과 재사용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특히 고온·저온을 반복 견뎌야 하는 재사용 구조체와 열 보호, 제동·귀환·회수 체계, 재점화가 가능한 메탄엔진 시험 인프라 구축 등에 상당 부분이 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술적 구조도 크게 달라진다. 당초 계획은 1단과 2단에 각각 다른 케로신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2종을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변경안에서는 80톤급 메탄 추진제 엔진 1종을 개발해 1단과 2단에 공통 적용하는 단일 엔진 체계를 채택했다. 추진제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연소 특성과 온도 조건이 다른 메탄에 맞춰 연소기, 터보펌프, 냉각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하므로 기술 난도가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발·운영비를 줄이고 재사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메탄은 기존 케로신 대비 연소 후 찌꺼기가 적고, 극저온 상태에서 저장되기 때문에 연소 효율이 높고 엔진 부품의 수명 관리가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중국 주요 발사체 기업들이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에 메탄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재점화와 다회 사용에 유리해 상단 엔진까지 확장 적용하기 좋다는 점이 차세대발사체 설계 방향과 맞아 떨어진다.

 

우주항공청이 단일 80톤급 메탄 엔진으로 1단과 2단을 모두 구성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단일 엔진을 여러 개 묶어 추력을 조합하는 방식은 동일 엔진을 대량 생산해 단가를 낮추고, 운용 경험을 축적하기 쉽다. 나아가 재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신뢰도와 회수 성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시장성과 전략적 의미도 크다. 한국은 누리호를 통해 일회용 액체발사체 기술을 확보했지만, 재사용 발사체 시대를 주도하는 미국·중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2032년 예정된 달 착륙선 발사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경제성이 뒷받침되는 재사용 발사체 체계를 조기 확보해 상업 발사 시장 진입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저비용·다빈도 발사가 가능해지면 군사·통신·지구관측 등 국가 수요뿐 아니라 민간 위성, 우주탐사 탑재체 발사까지 포괄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재사용발사체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스페이스X는 팰컨9을 수십 회 재사용하며 발사 단가를 크게 낮췄고, 스타십의 초대형 메탄 재사용 발사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도 메탄 재사용 발사체 시험발사를 잇따라 수행하고 있으며, 유럽·일본도 일회용 발사체에서 재사용 발사체로 기술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이 메탄 재사용발사체를 국가 표준 발사체로 조기 확정한 것이 뒤늦은 진입이지만, 기술 선택 자체는 글로벌 트렌드와 방향을 맞춘 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책·제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은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2023년 착수한 이후, 당초 일회용 발사체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우주항공청은 중장기 우주개발 수요와 주요 우주 선진국의 재사용발사체 전략을 반영해 사업 방향 전환을 추진해 왔다. 지난 5월 관련 행정 절차를 신청했고, 11월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기본계획 수정이 확정된 데 이어 이번에 기획재정부 재검토까지 통과하면서 정책·재정 두 축에서 방향이 고정된 셈이 됐다.

 

향후 과제는 기술난도와 일정 관리다. 재사용 메탄 발사체를 개발하려면 단순 발사 성공을 넘어 회수와 재사용, 반복 운용까지 고려한 전체 시스템 설계와 시험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극저온 메탄 추진제 대형 시험설비와 재사용을 위한 고고도 연소시험, 회수 시퀀스 검증 환경이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아, 증액된 예산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분해 인프라를 구축할지가 핵심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차세대발사체 재사용 전환 결정이 정부의 기술 혁신을 통한 도약과 성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발사체로 전환하는 계획 의결이 누리호 발사에 성원을 보낸 국민에게 2032년 독자 달 착륙선 발사와 저비용·다빈도 발사체 확보를 본격화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한국형 메탄 재사용발사체가 실제 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개발 속도와 제도 지원이 맞물려 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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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차세대발사체#메탄재사용발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