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와 CGM 부상"…대웅제약, 당뇨지침 후 전략 모색
당뇨병 진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제약업계의 전략 재정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웅제약이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한자리에 모은 학회형 프로그램 4D 심포지엄을 통해 올해 개정된 당뇨병 진료지침을 실제 처방에 어떻게 연결할지 집중 논의했다. 혈당 수치만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심부전, 신장질환 등 주요 합병증 위험과 환자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침이 바뀌면서, 초기 치료 전략과 약제 선택 기준 전반에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논의가 향후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디지털 혈당 관리 기술 시장의 구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웅제약이 5회째 진행한 4D 심포지엄은 일방향 강의가 아닌 패널 토론과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올해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를 개정 당뇨병 진료지침과 연계된 초기 치료 전략, 그리고 혈당 관리 기술의 최신 활용법으로 설정하고 내분비내과 의료진과 심층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실제 외래 처방과 입원 환자 관리에서 지침을 어떻게 구현할지, 약제 포트폴리오와 연속혈당측정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진료지침 개정은 혈당 수치 중심이던 기존 알고리즘의 틀을 바꾸는 방향으로 요약된다. 합병증 고위험군에서는 혈당 강하 효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심부전, 신장질환 위험을 함께 낮출 수 있는 약제를 첫 단계에서부터 전면 배치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고위험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우선 고려 옵션으로 부상했고, 전통적 1차 약제였던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이지만 환자 위험도와 병력에 따라 위치가 재조정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배재현 서울의대 교수는 개정 지침의 방향성을 두고 메트포르민의 위상 변화와 SGLT2 억제제의 부상을 병행 설명했다. 그는 메트포르민이 비용 효과성과 풍부한 근거축적 측면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약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심혈관질환이나 만성신장질환, 심부전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SGLT2 억제제와 같은 약제를 더 앞 단계에서 고려하도록 흐름이 전환되고 있다고 짚었다. 혈당 조절이라는 단일 목표에서 벗어나 심혈관계 보호와 장기 보존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향이 지침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최종한 건국의대 교수는 환자 중심 치료 구조를 강조하며 새로운 진료 패턴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처럼 당화혈색소 수치만 보고 단일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동반질환 유무, 환자의 체형과 비만 정도, 생활습관, 저혈당 위험도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혈관질환이나 신장 관련 동반질환이 확인된 환자에서는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초기부터 적극 고려하는 흐름이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적인 치료 알고리즘과의 정렬을 강화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조영민 서울의대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기전과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고령 환자 관리에 대한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줄여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전임상과 임상 연구에서는 체액량 조절, 심장과 신장의 부담 감소, 대사 환경 변화와 같은 추가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는 노화가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SGLT2 억제제가 혈당 강하를 넘어 노화 관련 대사 변화를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기초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아직 전임상 단계 결과가 많아, 실제 노화 조절 약제로의 확장 해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심포지엄 2일차에서는 디지털 기술 기반 혈당 관리 전략이 본격 논의됐다. 현재 임상에서 널리 사용하는 당화혈색소는 약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수치화하는 지표로, 치료 효과 평가와 진료지침 기준 설정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평균 수치만으로는 하루 동안의 혈당 변동 폭, 특정 시간대 저혈당 발생, 식후 급상승 패턴 등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저혈당 위험이 큰 고령 환자나 인슐린 치료 환자에서는 변동성과 저혈당 빈도가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모니터링 도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와 맞물려 연속혈당측정 기술의 활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속혈당측정은 피부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일정 간격으로 조직액 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고, 이를 리시버나 스마트 기기로 전송해 24시간 혈당 변화를 시간대별로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의료진은 특정 시간대의 반복 저혈당, 야간 고혈당, 식후 급상승 구간 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환자는 실시간 또는 준실시간 알림을 통해 생활 습관과 약물 복용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연동할 경우, 장기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 알고리즘 개발도 가능해진다.
김상수 부산의대 교수는 당화혈색소와 연속혈당측정 간 보완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당화혈색소가 여전히 전체적인 치료 목표 설정과 장기 경향 파악에 유용하지만, 혈당 변동성이나 저혈당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CGM을 활용하면 하루 단위 혈당 흐름과 패턴을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인슐린 용량 조절이나 식사, 운동 조정에 더 입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나 빈번한 저혈당을 경험하는 환자에서 CGM 데이터가 치료 방식을 재설계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당뇨병 치료 환경에서는 이런 약제 전략과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의 결합이 점차 중요해질 전망이다.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심혈관계와 신장 보호 효과를 근거로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영역을 확대해 왔고, 연속혈당측정은 보험 적용 범위와 비용 구조에 따라 도입 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위험군과 인슐린 치료 환자를 중심으로 CGM 사용이 이미 표준 치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여러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데이터를 묶은 통합 관리 플랫폼 경쟁에 나선 상태다.
국내에서는 보험 제도와 규제 환경이 CGM 보급과 데이터 활용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속혈당측정기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어떻게 분류할지, 데이터 저장과 분석 과정에서 환자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정책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슐린 펌프, 스마트 주사기, 모바일 앱 기반 코칭 서비스와 연계한 통합 관리 모델을 도입할 경우,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어떤 항목과 수준으로 보상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 규제 설계에 따라 산업 생태계와 환자 접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구간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번 진료지침 개정이 포트폴리오 전략과 디지털 파트너십 구도를 재정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고위험군을 타깃으로 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임상 근거를 확대하는 한편, CGM 데이터와 연계한 실사용 데이터 기반 연구를 강화하면 치료 가치 입증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의료진 교육과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지침과 기술을 실제 진료 흐름에 안착시키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번 4D 심포지엄처럼 학회형 토론 플랫폼을 활용해 현장의 처방 패턴과 규제 요구를 조율하는 시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치료가 혈당 수치 관리에서 전신 합병증 리스크 관리, 나아가 디지털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같은 약제 혁신과 CGM 중심의 데이터 기반 관리 모델이 실제 의료현장과 보험 체계 속에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약제의 발전 속도에 맞춰 제도와 진료 관행이 조정되지 않으면 환자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전략과 규제, 데이터 활용의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