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해외주재관과 AI 국제협력 전략 재정비
인공지능과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외 과학기술 외교 채널을 총정비하고 있다. 한국을 AI 3대 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파견된 과학기술·정보통신 주재관들이 한데 모여 국제협력 전략의 방향을 재점검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해외 연구동향을 정교하게 파악하고 양자·다자 협력 구도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배경훈 부총리 겸 장관이 8일 세종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 해외주재관 간담회를 열고 내년 국제협력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아세안,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파견된 주재관들이 참석했다. 국내 과학기술·정보통신 정책과 해외 현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지역의 첨단기술 정책과 산업 동향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 우주,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국제협력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재관들은 각국의 AI 규제 논의, 연구개발 투자 방향, 디지털 인프라 전략 등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이 취해야 할 협력 방식과 위험 요인을 설명했다. 특히 AI 학습데이터 규범, 클라우드 기반 연구 인프라, 디지털 보안과 같은 신산업 규칙을 둘러싼 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배 부총리는 해외 주재관들이 현지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을 연결하며 한국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정책의 외연을 넓히는 최전선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기술 동맹과 공급망 재편 흐름이 복잡해지는 만큼, 단순 정보 수집을 넘어 국가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급 해외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전통적 협력 틀을 유지하되, 중국과 아세안, 국제기구를 활용한 다변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주요국과의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인력교류를 통해 청년 연구자와 고급 기술 인재의 해외 진출 통로를 넓힌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공동 프로젝트를 늘려, 국내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에 조기에 편입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도 나왔다. 이를 위해 각 지역 주재관에게 현지 공모 과제 발굴, 유망 연구기관 매칭, 국제 공동 워크숍 기획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됐다.
국제사회 의제 설정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논의됐다. 유엔과 OECD, 유럽연합 등에서 AI 윤리, 데이터 거버넌스, 디지털 세이프티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한국이 규범 형성 과정에 초기에 참여해 자국 산업에 유리한 기준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특히 AI 안전성 검증 기준, 데이터 국경을 둘러싼 논의, 연구데이터 공유 원칙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기술경쟁 구도 속에서 이번 간담회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 외교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내부 점검 성격도 갖는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AI와 반도체, 디지털 헬스 등 전략 분야에서 동맹 중심의 공급망과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며 기술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아세안, 중국 역시 자국 중심의 기술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한국이 어느 지점에서 협력하고 어디에서 차별화할지에 대한 정교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배 부총리는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첨단기술 의제가 국내 정책 방향과 괴리를 보이지 않도록, 주재관들이 보다 긴밀하게 본부와 소통해 줄 것도 주문했다. 특히 AI 3대 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제협력 사업을 선별적으로 추진하고,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낮은 협력은 과감히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동연구와 인력교류가 얼마나 빠르게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