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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유해성분 새 시험법 도입…식약처, 과학기반 관리 본격화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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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정량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가 기준이 새롭게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법적 근거와 국제 표준 시험법을 결합한 고시를 제정하면서, 제조사와 수입사는 제품별로 유해성분을 의무적으로 검사하고 제출해야 하는 체계로 전환된다. 규제당국은 이를 토대로 담배 제품의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향후 금연정책과 위해 저감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담배 규제가 단순 경고 표시를 넘어, 데이터에 근거한 관리 경쟁 시대로 접어든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담배의 유해성분과 시험법을 규정한 담배 유해성분 등에 관한 규정을 18일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근거 법령은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로, 실제 규제 집행을 위한 구체 기준을 이번 고시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번 제정안은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의 심의와 의결,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됐다.

고시는 제품 유형별로 관리 대상 성분을 세분화했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해 총 44종을 유해성분으로 지정했다. 연소 또는 가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발암 물질과 독성 물질이 종합적으로 관리 대상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 20종을 유해성분으로 규정했다. 기화용 용매 성분과 흡입 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합물이 별도 목록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유해성분 측정에 사용할 시험법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표준화기구가 개발한 표준시험법을 토대로 마련됐다. WHO와 ISO의 방법론은 연기 생성 조건, 시료 채취 방식, 분석 장비 설정 등을 세밀하게 규정해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식약처는 이러한 기준을 국내 상황에 맞게 도입해, 향후 국내외 제품 간 유해성 정보 비교와 국제 공조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유해성관리법에 따라 담배 제조업자와 수입판매업자는 식약처가 지정한 담배 검사기관에 각 제품별로 고시에서 정한 유해성분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이후 시험 결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해야 하며, 규제당국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별 유해성 관리, 정보 제공, 향후 규제 강도 조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담배 제품 간 상대적 유해성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이 확대될 여지도 생긴다.

 

특히 이번 제도는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등 제품군이 다변화된 국내 담배 시장 구조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각 유형별로 연소 방식과 흡입 메커니즘이 달라 생성되는 유해성분의 스펙트럼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형별 맞춤 목록과 시험법이 규정된 것은 기존 일률적 규제의 한계를 보완한 조치로 평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담배 유해성분 관리 고도화는 공통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니코틴 함량 제한, 특정 발암 물질 상한 설정 등 과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돼 왔다. 이번 국내 고시는 WHO와 ISO 표준을 반영함으로써, 향후 국제 비교 연구나 위해 평가 협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파급력이 있다.

 

식약처는 현재 지정된 성분 외에도 분석 기술 발전과 새로운 담배 제품 등장에 맞춰 시험법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담배의 유해성분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한 시험법을 추가로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따라 담배 유해성분 관리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와 보건의료계에서는 새 고시가 실제 시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축적되는 데이터가 향후 금연정책과 위험 저감 전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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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담배유해성관리법#담배유해성분등에관한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