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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15억 로또 1등, 당첨 그 후 달라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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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15억 로또 1등, 당첨 그 후 달라진 일상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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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밤이면 누구나 한 번쯤 ‘만약 나에게도 그런 일이…’라며 로또 당첨을 떠올리곤 한다. 예전에는 허황된 바람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그 상상이 마치 한 주를 마감하는 작은 의식처럼 됐다.

 

이번 7월 19일 추첨된 제1181회 로또 1등 번호는 8, 10, 14, 20, 33, 41이었다. 17명이 6개 번호를 모두 맞춰 각자 15억 9,364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세금을 뗀 실수령액이 10억 6,774만원이란 소식에, ‘로또 1등’이 TV 속 남의 일이 아니라 동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일 수 있다는 현실감이 커졌다. SNS에선 “내 친구도 당첨됐으면”, “내가 고른 숫자 몇 개나 맞췄을까” 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어쩌면 누군가는 오늘 밤, 조용히 노트북 앞에 앉아 복권 용지를 펼쳐놓고 또 한 번 희망을 확인하고 있을지 모른다.

제1181회 로또당첨번호
제1181회 로또당첨번호

이런 변화는 숫자에서도 읽힌다. 1181회까지 가장 많이 뽑힌 번호는 34번(203회), 12번(200회), 27번(199회)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1117회부터 1132회까지 15회 동안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18, 23, 29, 39, 42, 43번에 대한 아쉬움 섞인 분석도 나온다. “로또도 알고 보면 행운보단 데이터의 싸움”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최근 회차만 보면 3,109명이 3등(145만원), 155,938명이 4등(5만원), 2,596,371명이 5등(5천원)을 맞췄다. 작은 숫자가 만든 크고 작은 기쁨이 일상 곳곳에 스며든다.

 

한 심리학자는 “로또는 기대 그 자체가 생활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오늘의 피곤을 견디게 하는 의례이자 세대공감의 놀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매주 토요일 밤 8시 35분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각자만의 꿈의 숫자를 꺼내들고, 서로의 적중 여부를 확인한다. 당첨에 대한 막연한 욕망 말고도, 주변과 정보를 나누며 생기는 연대감이 어쩐지 위로가 되는 듯하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1등 번호 중 몇 개만 맞아도 월요일 출근길이 덜 피곤해진다”,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 같은 소소한 바람이 이어진다. "10억이 당첨돼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해도, 한순간의 설렘이 있는 게 어딘가 싶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다. 다시 돌아오는 평범한 주말, 누구나 잠시 꿈을 키운 뒤 또 현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행운의 번호’에 일희일비하지만, 로또의 진짜 힘은 아주 작은 확률 속에서 각자 마음껏 상상할 자유를 준다는 데 있다. 반복되는 선택과 기다림, 그 안에 나만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것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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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당첨금#118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