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스닥·테슬라 동반 급락”…미국증시, AI 거품 논란에 변동성 확대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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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3일, 미국(USA) 뉴욕증시는 정부 셧다운 종료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정책 불확실성에 크게 흔들렸다. 이날 나스닥지수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표 성장주가 일제히 급락하며, 전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다우지수까지 1.65%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리스크 축소’ 전략이 시장을 지배했고, 서학개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급격한 변화가 감지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 지수는 1.65% 하락한 6,737.54에, 나스닥종합지수는 2.29% 급락한 22,870.36에 마감했다. 특히 나스닥 100지수와 중소형주인 러셀 2000, 반도체주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모두 2~3%대 낙폭을 기록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 역시 14% 넘게 급등,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테슬라 주가는 6% 이상, 엔비디아는 3%대 하락했고, 브로드컴, AMD 등 AI·반도체 섹터 전체가 두드러진 조정 국면에 직면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이번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역대 최장 43일에 걸친 연방정부 셧다운이 공식적으로 해제된 바로 다음날 발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단기 안도 랠리보다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매물 출회와 주요 경제지표 재개에 따른 향후 불확실성으로 시장 방향성이 약화된 것이 배경이다. 특히 연준 인사들이 최근 잇달아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였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들은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AI와 기술주 쏠림이 지나치다”며, 일부 초대형주 중심의 변동성 확대가 ‘시장 과열 논란’의 신호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섹터별로는 에너지를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고, AI와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됐던 투자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속히 위축됐다. 오라클 등 AI 호재로 급등했던 기업들도 대규모 설비 투자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낙폭을 키웠다. 서학개미가 집중 투자한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팔란티어 등의 보관금액도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고, 일부 금 ETF와 방어적 종목에만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1월 12일 기준 미국 상위 50개 종목 보관금액은 176조 9,496억원으로, 하루 만에 1조 1,748억원 감소했다. 특히 테슬라는 8,292억원, 팔란티어는 3,595억원, 아이온큐는 3,919억원 감축되는 등, 주가 하락과 매도 물량이 맞물리며 절대금액이 줄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종목에서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보관금액이 소폭 늘어 단기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투자자도 있었다.

 

최근 수개월간 서학개미는 미국 시장에서 AI·반도체주 비중을 크게 확대해 왔으나, 11월 들어 셧다운·금리·밸류에이션 이슈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점진적 레버리지 축소와 분산투자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특히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원화 기준 손실폭이 늘어난 점도 심리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욕타임스와 CNBC 등 미국 주요 매체는 “이번 변동성은 기술주 주도 구조의 단기 피로감, 금리 불확실성, 거시경제 데이터 공백이 한꺼번에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에드워드 존스 등 월가 주요 기관들도 성장·가치주간 균형, 분산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2월 연준 회의, 실물 경제지표, AI 산업의 실제 성과 여부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장기 성장 스토리와 단기 변동성 간 간극을 투자자 모두가 재확인한 계기”라고 입을 모았다. 서학개미 역시 단기 이벤트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위험관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번 조치가 향후 글로벌 증시와 투자 패턴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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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