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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사회 거부 묵과 못해”…민주당,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 사퇴 촉구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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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을 둘러싼 여야 충돌 지점이 국회 부의장의 사회 거부 문제로 번졌다.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며 정면 대치에 나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여야 간 합의가 안 된 안건에 대해서는 본회의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 의원총회 후 브리핑을 통해 결의안을 공개하고 본회의 상정과 표결 처리 방침을 밝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주 부의장에 대한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대규모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의장단 부담이 한쪽에 쏠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 부의장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하루 18시간씩 사회를 보는 등 국민의힘에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다음에 우 의장과 다른 부의장만 인격 살인 수준으로 사회를 보게 하는데, 이건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입장과 별개로 본회의 진행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관련 법안 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부분의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안건에 한해서만 사회를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 두 명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본회의 사회를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여야 합의 여부에 따라 사회 주체가 갈리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국회의장단 운영 원칙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운영 틀 자체를 손보는 입법도 병행 추진해 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을 추진하면서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사실상 필리버스터 진행을 의장 권한 아래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까지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제동이 걸렸다. 여야뿐 아니라 군소 정당까지 우려를 표하면서 해당 법안은 현재 처리 일정이 순연된 상태다. 야권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 제도 축소나 의장 권한 강화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사법개혁 법안 강행 처리 저지를 내세우며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시에, 주호영 부의장이 여야 합의 안건에만 사회를 보는 것은 정당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주 부의장 본인의 구체적 반박 입장이나 민주당 결의안에 대한 대응 방침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사퇴 촉구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회의장단을 겨냥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따라서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득표 양상에 따라 여야 대치 국면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부결되거나 표결이 지연될 경우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 실패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공방이 국회의장단 책임론과 맞물리면서 국회 본회의 운영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개혁 법안,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 예산·민생 법안 처리 등 굵직한 쟁점이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여야가 의사일정 운영 원칙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국 경색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주호영 부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 상정 여부와 표결 결과를 계기로 필리버스터 제도와 국회의장단 운영 관행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격렬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와 관련 상임위원회 논의에서 필리버스터 제도 개선과 사법개혁 법안 처리 방향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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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주호영#필리버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