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이비엘바이오 3조원대 메가딜 재평가…BBB 셔틀 테마 탄력에 18만 원대 재돌파

강태호 기자
입력

혈뇌장벽 BBB 셔틀 이중항체 플랫폼을 앞세운 에이비엘바이오 주가가 11월 들어 대형 기술이전 계약과 전략적 지분 투자 이슈에 힘입어 가파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3조~4조 원대 메가딜을 연달아 성사시키면서 플랫폼 가치 재평가 흐름이 본격화됐고, 코스닥 바이오 섹터 내 자금 쏠림도 더해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8일 장중 기준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18만7,400원으로 전일 대비 7.21% 상승했다. 시가는 18만100원, 장중 고가는 19만600원, 저가는 17만6,500원으로, 18만 원대 후반 박스권 상단을 재시험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은 약 230만주, 거래대금은 4,300억 원 안팎으로 코스닥 상위권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은 플랫폼 가치 재평가가 주도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9만5,000원대에서 18만 원대 후반까지 약 90%대 후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장중 저점은 9만1,100원, 고점은 19만5,500원으로, 한 달 사이 저점 대비 두 배를 웃도는 레인지가 형성됐다. 6개월 기준으로는 7만9,000원대에서 현재 가격대까지 130%를 넘어서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닥 제약·바이오 섹터 내 대표적인 재평가 종목으로 부각됐다.

 

기술적으로도 단기·중기 추세가 동시에 우상향하는 흐름이다. 장중 기준 현재 주가는 5일선 약 17만5,000원, 20일선 14만6,000원대, 60일선 11만 원대 초반을 모두 상향 돌파한 상태다. 최근 한 달간 일별 변동성은 평균 9% 안팎으로 코스닥 바이오 대형주 가운데 높은 편이지만, 조정 구간에서도 이전 저점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매수세가 재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수급도 상승 탄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한 달 평균 일일 거래량은 약 160만주로, 지난 6개월 평균 약 110만주를 크게 웃돌았다. 11월 중순 대형 기술이전 공시와 전략적 지분 투자 발표 직후에는 거래량이 평소의 몇 배 수준까지 치솟으며 가격대와 수급이 동시에 한 단계 위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공시에 따르면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여섯 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약 14만4,000주 순매수했고, 기관도 매매를 반복하면서도 누적 기준 약 5,000주 순매수로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주가는 단기 조정 이후 17만 원선을 지지한 뒤 18만 원대를 회복해 외국인·기관 수급이 급락 방어보다는 추세 강화 쪽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과 재무 구조도 플랫폼 바이오텍 가운데 상단에 위치한다. 네이버증권 기준 에이비엘바이오 시가총액은 약 10조 원 초반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4위에 올라 있다. 상장주식수는 5,512만주 수준으로 유통 물량이 적지 않은 편이지만, 거래대금이 동반되는 구간에서는 수급 부담이 크지 않게 가격이 빠르게 재조정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알테오젠 약 2조8,000억 원보다 크고, 펩트론·코오롱티슈진·휴젤 등보다는 높은 중대형 플랫폼주 포지션을 구축한 상태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12.7%로 휴젤 약 57%에는 못 미치지만 펩트론·코오롱티슈진보다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수치를 바탕으로 해외 기관 중심의 중장기 자금이 일정 부분 유입된 종목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7%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한 거래일이 잇달아 나타나면서, 등락률 기준으로는 알테오젠·휴젤보다 강한 탄력을 보였고 코오롱티슈진과 함께 섹터 상위권에 속했다.

 

다만 실적·수익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연간 기준 매출은 2024년 334억 원에서 2025년 1,162억 원으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2024년 -594억 원, 2025년 -44억 원 수준으로 적자 축소 단계에 머무르는 전망이다. 순이익 역시 2024년 -555억 원에서 2025년 -35억 원 적자로 추정되는 등, 기술수출 선급금과 마일스톤 유입에도 연구개발비 지출이 큰 성장기 바이오텍 특유의 손익 구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수익성 지표상 영업이익률·순이익률·자기자본이익률은 최근 몇 년간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러 있으며, 2025년 이후에도 적자 폭 축소를 전제로 한 개선 시나리오가 제시돼 있다. 반면 재무건전성은 과거 대비 개선됐다. 부채비율이 30~40%대로 낮아졌고 당좌비율은 20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단기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적자 기업 특성상 주가수익비율 산출은 의미가 제한적이며, 주가순자산비율은 10배 중반을 상회한다. 시장에서는 현재 밸류에이션을 플랫폼 가치와 향후 실적을 상당 부분 선반영한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가를 직접 자극한 촉매는 11월 12일 공시된 일라이릴리와의 그랩바디 Grabbody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혈뇌장벽 BBB 셔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 B를 포함한 그랩바디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구조상 선급금 4,000만 달러에 더해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약 3조8,000억 원 규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일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 전반을 대상으로 한 멀티 프로그램 딜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회사를 개별 신약 벤처가 아니라 플랫폼 기반 글로벌 파트너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11월 14일 발표된 일라이릴리의 전략적 지분 투자도 재평가 기대를 키웠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릴리를 대상으로 17만5,079주의 신주를 발행해 약 22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발행가는 주당 12만5,900원, 보호예수 기간은 1년으로 설정됐다. 기술이전 계약에 이은 직접 지분 투자는 BBB 셔틀 및 이중항체 플랫폼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파트너사의 신뢰를 확인해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시장 신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릴리 딜은 올해 4월 GSK와 체결한 총 4조 원 규모 그랩바디 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두 번째 3조~4조 원대 메가딜이다. 여기에 2022년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 ABL 301을 이전한 이력까지 더해지며, 에이비엘바이오는 동일 플랫폼으로 복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연속적으로 대형 계약을 맺은 국내 대표 플랫폼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로슈 등 경쟁사의 BBB 셔틀 항체가 임상 후반부로 진입하는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도 경쟁 구도 속 핵심 플레이어로 거론되며 주가에 추가 프리미엄을 부여받는 모습이다.

 

글로벌 컨퍼런스와 포럼에서의 행보도 플랫폼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11월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바이오 유럽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 B와 면역항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 T, 차세대 ADC 협력 전략을 소개하며 추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 나섰다. GSK·릴리 딜 이후 첫 대형 글로벌 행사였던 만큼, 증권가에서는 추가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또는 공동 개발 논의가 진행될 여지를 언급하며 향후 계약 확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주가 상승 과정에서 플랫폼 가치에 대한 장기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영진이 제시한 성장 전략도 장기 밸류에이션 상향 스토리를 보완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비전 ABL 2.0을 통해 단순 기술이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독자 임상·상업화 역량을 확보하고 로열티 기반 구조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자회사 네옥바이오 NeokBio를 화이자에 인수된 멧세라 사례처럼 키운 뒤 빅파마에 매각하거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언급했다. 플랫폼 기반 대형 선급금·마일스톤 자금을 바탕으로 뇌질환·면역항암 외 영역까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면서 독자 생존과 글로벌 출구 전략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섹터 환경도 순풍이다. 11월 들어 AI·반도체 등 기존 주도주의 차익실현이 이어지며 국내외 자금이 차기 주도주 후보로 꼽히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로 이동하는 순환매 흐름이 뚜렷해졌다. 바이오·헬스케어 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두 자릿수에 근접한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기술수출 이력이 풍부한 플랫폼 바이오텍들이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하며 섹터 내 주도주 그룹으로 부상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K 바이오 액티브 상장지수펀드 등 관련 ETF에서 편입 비중이 확대되며 외국인·기관 수급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스·테마 측면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복수의 투자 테마에 걸쳐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BBB 셔틀 기반 뇌질환 신약 개발주이자 이중항체·ADC 플랫폼 바이오텍, K 바이오 기술수출 및 바이오 인수합병 슈퍼사이클 수혜주로 분류되며, 향후 비만·근육질환 등 대형 시장으로 확장 가능한 약물전달 플랫폼 관련주로도 거론된다. 최근 한 달간 주가 변동은 이러한 테마가 한꺼번에 부각되는 과정에서 코스닥 바이오 섹터 플랫폼 대표주로 자리 잡아 가는 가격 재조정 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상대 평가를 종합하면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갈린다. 반복된 메가딜로 입증된 플랫폼 경쟁력과 빅파마 네트워크, 개선된 재무여력, 섹터 내 인지도는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아직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도달하지 못한 점, 높은 PBR과 적자 상태의 PER에서 드러나는 밸류에이션 부담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기술수출·마일스톤·추가 계약과 같은 이벤트가 실제 현금흐름과 실적 개선으로 어떤 속도로 이어지는지가 주가 재평가의 핵심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전략 관점에서 단기 1개월 구간은 가격과 수급 측면에서 조정 가능성을 감안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17만 원 안팎은 최근 조정 저점이자 단기 지지선, 19만~20만 원 구간은 단기 저항선으로 의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범위 안에서 박스권이 형성되며 최근 이벤트를 소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17만 원선이 유지되는지와 외국인·기관 매수세 지속 여부, 20만 원선 안팎에서는 추가 기술수출이나 임상 진척 등 새로운 모멘텀 출현 여부가 주요 체크 포인트로 거론된다.

 

중기 6개월 시계에서는 기술수출 마일스톤 성과,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진척, 추가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네옥바이오 관련 구체적 이벤트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증시와 바이오 업종 조정, 이벤트 지연 시 15만 원대까지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마일스톤 가시화와 추가 딜 발표가 겹칠 경우 20만 원대 후반 이상에서 새로운 박스권이 형성될 여지도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하방 시나리오와 이벤트 일정을 함께 고려해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 중심의 중기 트레이딩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마일스톤·임상 리스크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현재 시가총액과 주가는 플랫폼 가치와 추가 메가딜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만큼, 각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나 파트너사 전략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글로벌 금리·환율, 규제 환경, 경쟁사 기술 진전 속도 변화에 따른 재평가 방향도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평가 흐름은 주요 파이프라인 성과, 기술수출 계약 이행 상황, 글로벌 바이오 섹터 투자 심리 변화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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