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기억을 올려준다"…멜론, 기록 서비스 모먼트 공개로 플랫폼 체류전쟁 속도
음악 플랫폼이 단순 재생 서비스에서 개인의 취향과 기억을 축적하는 데이터 아카이브로 이동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플랫폼 멜론이 이용자 청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음악 기록 서비스 모먼트를 공개하며,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세우는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수년간 축적된 청취 데이터가 이용자 락인 효과와 광고·마케팅 고도화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멜론은 29일 뮤직 아카이빙 탭 음악서랍을 전면 개편하고 신규 음악 기록 서비스 모먼트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음악서랍은 플레이리스트, 좋아요, 많이 들은 등 개인별 청취 이력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공간으로, 멜론이 운영하는 다섯 개 메인 탭 가운데 방문자 수 대비 스트리밍 전환율이 가장 높은 구간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이 트래픽 허브를 모먼트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개인화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모먼트는 추천, 내가 기록한 두 메뉴로 구성된다. 추천 메뉴에서는 이용자가 과거에 눌렀던 좋아요, 특정 계절에 반복 재생한 곡, 특정 날짜에 처음 듣기 시작한 음악, 한동안 재생이 끊겼던 잊고 지낸 음악 등을 자동으로 묶어 서사 형태로 제시한다. 일종의 시간·상황별 청취 패턴 분석 결과를 스토리 카드처럼 시각화해 제공하는 구조로, 사용자는 단순 히스토리 목록이 아닌 기억의 맥락을 따라 음악을 다시 탐색하게 된다.
내가 기록한 메뉴는 이용자가 직접 곡을 선택하고 해당 음악과 연결된 에피소드를 텍스트로 남기는 방식이다. 특정 공연 관람일, 졸업식, 이직, 경기 관람 등 개인의 라이프 이벤트를 음악과 함께 타임라인으로 축적하는 개념으로 설계했다.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메타데이터를 부여하는 구조여서, 향후 추천 알고리즘 정교화나 테마형 플레이리스트 분석 등 2차 데이터 활용 여지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이번 개편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앞다퉈 도입한 데이터 기반 연말결산,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기능과 궤를 같이한다. 스포티파이는 연간 청취 데이터를 시각화한 랩드, 애플뮤직은 애플뮤직 리플레이를 앞세워 이용자 인게이지먼트를 끌어올려 왔다. 멜론은 22년간 축적된 방대한 국내 청취 데이터를 음악서랍과 모먼트 중심으로 재정렬해, 장기 이용자가 느끼는 연속성과 로컬 히스토리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멜론은 모먼트 출시와 함께 브랜드 캠페인 멜론, 음악 기록 시대 시작을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한다. 하얀 겨울, 10대의 밤, 드디어 졸업, 승부의 세계 등 네 가지 테마 영상에서 저해상도로 표현된 과거 장면이 기억의 해상도는 음악이 올려주니까라는 메시지와 함께 선명해지는 연출을 사용했다. 이용자의 실제 경험을 음악 기록과 연결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서비스 기능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 수단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캠페인 기간 주차별 서비스 체험 이벤트도 병행한다. 겨울, 열정, 학창시절, 졸업식 등 키워드에 맞춰 이용자가 자신의 음악과 에피소드를 모먼트에 기록하면 참여가 완료되는 구조로 설계했으며, 매주 화요일 당첨자를 발표해 경품을 제공한다. 이벤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모먼트 사용 행동을 유도해, 단기간에 의미 있는 이용 패턴을 확보하고 기능 개선에 필요한 피드백을 수집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모먼트는 이용자가 청취 기록을 단순 소비 데이터에서 정체성과 추억을 담는 퍼스널 데이터로 재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다. 플랫폼은 시간대, 계절, 기기, 재생 맥락 등 로그 데이터에 사용자 서술형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향후 AI 기반 큐레이션이나 상황 인지형 추천 알고리즘 개발의 토대를 다질 수 있다. 다만 음악과 기억이 강하게 연결된 특성상, 향후에는 관련 데이터 보관 기간, 삭제 권한, 추천 편향 등의 개인정보·알고리즘 투명성 이슈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음악 플랫폼 경쟁이 음원 확보와 가격 경쟁을 넘어 개인화 경험, 데이터 시각화, 이용자 참여형 기록 서비스로 확장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멜론 관계자는 22년의 역사를 지닌 멜론의 이용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스트리밍을 넘어서 나의 음악 기록으로 더 나은 뮤직 라이프를 향유하는 것을 뜻한다며, 음악을 듣는 순간이 기록으로 쌓여 이용자 각자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기는 뮤직 플랫폼으로 확장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멜론의 모먼트가 실제로 이용자의 일상 속 사용 습관으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이러한 개인 기록 중심 전략이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로 작동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