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앞두고 숨 고르기”…미국 뉴욕증시, M&A·연준 의장 인선에 민감한 혼조세
12월 17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시가 전일 발표된 고용 지표를 소화하며 다가올 소비자물가지수(CPI) 공개를 기다리는 가운데 장초반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반은 방향성을 탐색하는 국면에 머물고 있지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인선 등 개별 이슈에 따라 종목별 등락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번 흐름은 통화정책 전환 기대와 경기 둔화 우려가 교차하는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복잡한 심리를 반영한다.
현지시각 기준 17일 오전 10시 34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35% 상승한 48,284.3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2% 오른 6,808.27, 나스닥종합지수는 0.13% 상승한 23,141.82로 강보합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도 0.46% 오르며 동반 상승하는 반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2.25% 떨어진 16.11로 하락해 단기 공포심리가 다소 진정된 상태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7/1765982544421_112246855.jpg)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이날 장세를 전일 고용 지표와 다음 날 예정된 CPI 발표 사이의 ‘숨 고르기’ 국면으로 진단했다. 최근 미국 정부 셧다운 여파로 일부 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물가 흐름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단서를 제공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거시 지표를 둘러싼 대기 심리가 짙지만, 개별 기업 이슈는 주가 흐름을 크게 흔들고 있다.
특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를 둘러싼 인수전이 투자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장 보고에 따르면 WBD 이사회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SKY)의 인수 제안을 거부하고, 넷플릭스(NFLX)의 입찰을 추진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 제안에는 디스커버리 채널 케이블 TV 사업부 분사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업 구조를 단순화해 규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PSKY는 인수 자금 조달이 오라클(ORCL) 래리 엘리슨 회장의 지원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차이가 양측 제안에 대한 시장 신뢰도에 반영되면서, 넷플릭스 주가는 장초반 약 2% 상승한 반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2% 하락해 대조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스트리밍 업계 재편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변동성도 커지는 양상이다.
연준 차기 의장 인선 문제도 뉴욕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당초 케빈 해싯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워시 전 이사는 벤 버냉키 의장 시절부터 통화 완화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며 시장 개입 최소화를 강조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성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 기조와 맞물려 금융시장 자유화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겐 기대 요인이지만, 동시에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도 인식된다.
웰스파고는 투자자들이 전일 발표된 노동 지표를 소화하며 신중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6만 4천 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은 4.6%로 올라 노동시장 둔화를 예고했다. 이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을 지지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시장 참여자들의 계산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찰스 슈왑은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S&P 500 지수가 이날 반등을 시도 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연말 ‘산타 랠리’가 본격화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마존(AMZN)이 오픈AI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칩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는 기대감에 힘입어 장초반 2.4% 상승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10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온 만큼, 이번 실적도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도체 섹터 전반이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온기를 되찾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동향도 눈에 띈다. 한국(Korea)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12월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1위는 테슬라로, 보유 규모는 43조 5,882억 원에 달한다. 예탁결제원 집계는 현지 결제일 기준 1~2일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수치는 지난주 후반 매매 동향을 반영한다.
테슬라의 보관금액은 직전 집계일보다 1조 4,857억 원 급증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뿐 아니라 신규 매수세까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17일 장초반에도 0.88% 오른 494.22달러를 기록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이른바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개별 종목 외에도 1.5배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TSLL)’에 3,126억 원 규모 자금을 추가 투입하며 향후 주가 추가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보관금액은 24조 8,108억 원으로 2,064억 원 늘었지만, 17일 장초반 주가는 1.79% 하락한 174.54달러를 기록 중이다. 주가 조정 국면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 보관금액이 1,327억 원 늘어난 점은 국내 투자자들이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빅테크 기업 흐름도 엇갈리고 있다. 애플의 보관금액은 1,054억 원 감소했지만, 장초반 주가는 0.38% 오른 275.6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보관금액은 소폭 줄었으나 주가는 0.21% 상승 중이다. 일정 부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음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 신뢰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급등을 거듭했던 양자컴퓨터 관련주 아이온큐의 경우 보관금액이 4,824억 원이나 줄어 국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4.85% 급등한 52.08달러로 마감해 큰 폭 변동성을 연출했다. 매수·매도 세력 간 손바뀜이 활발해지면서 가격 변동폭이 확대되는 전형적 ‘테마주 장세’ 양상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지정학 변수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제재를 재개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엑슨모빌(XOM)과 쉐브론(CVX) 등 미국 에너지 대형주가 1% 안팎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산유국 제재 문제는 이미 국제 원유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해 왔으며, 이번 조치가 공급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다시 주목된다.
반면 미국 주택건설업체 레나(LEN)는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여파로 5% 가까이 급락했다. 주택 건설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금리 수준, 주택 수요 전망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섹터와 종목별로 재료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시장은 넷플릭스발 M&A 기대와 아마존의 AI 투자 소식에 힘입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학개미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들의 선호가 집중된 종목일수록 하루에도 수 차례 방향을 바꾸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AI·반도체·전기차 등 성장 섹터에 대한 장기 성장 기대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475.2원을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안전자산 선호와 달러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글로벌 달러 강세는 한국과 같은 신흥·개방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변수로, 향후 환율과 자본 유출입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종합하면, 현재 뉴욕증시는 굵직한 거시경제 지표 발표를 앞두고 속도를 조절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 이슈에 따라 종목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테슬라와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가며 단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완화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예상을 벗어난 경제 지표나 돌발 뉴스가 나올 경우 시장 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며 경계를 주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물가 지표와 연준 인선 결과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