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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행정 비서로 교사 돕는다…LG유플러스 제주서 시범운영 확산 신호탄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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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행정이 공교육 현장에 시험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손잡고 교원 행정업무를 줄이는 AI 시범사업에 착수하면서다.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고, 교사는 수업과 학생 지도에 더 집중하는 구조를 실제 학교에서 검증하는 첫 단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에듀테크의 실사용성을 가늠하는 시험대이자, 통신사 주도 교육 플랫폼 전략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2일 제주교육청과 인공지능 기반 교원 행정업무 경감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의 핵심은 공교육 행정 환경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고, AI를 활용해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제주교육청은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가운데 10개 시범학교를 선정해 참여시키고, LG유플러스는 내년부터 AI 기반 교사 행정관리 서비스 U플러스슈퍼스쿨을 제공한다.

U플러스슈퍼스쿨은 웹 기반 플랫폼으로 제공돼 시범학교가 별도의 교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사는 하나의 통합 환경에서 출결 관리, 상담 기록, 각종 문서 작성, 가정통신문 발송 등 반복적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여러 시스템과 문서 양식을 오가며 작업해야 했던 흐름을 한 화면에서 묶어주는 방식이다.

 

기술적 차별점은 LG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엑사원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중심으로 텍스트 분석과 생성에 특화된 AI 기술로, 문서 작성 자동화나 상담 기록 정리, 공문 형식 맞추기 등 자연어 처리 업무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유플러스는 이 AI를 학교 행정 상황에 맞게 학습·튜닝한 에이전트로 구성해, 교사의 실제 행정 절차와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보조하는 형태로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 상담 내용을 간단히 메모 형태로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학교에 필요한 표준 상담 기록 양식으로 재구성해 주거나, 가정통신문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식이다. 출결 관리에서도 반복되는 입력 패턴을 학습해 오류를 줄이고, 필요한 통계나 보고용 정리 문서를 함께 제안하는 기능도 추가될 수 있다. 통상 교사 업무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 온 단순·반복 행정이 AI 지원을 통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제주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집되는 기능 개선 요구와 사용 패턴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 분야 전문업체 슈퍼스쿨과 함께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향후 다른 시도 교육청이나 개별 교육기관으로 확산하는 전략도 검토하는 분위기다. 통신사가 보유한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인프라, AI 역량을 교육 전문 사업자의 현장 노하우와 결합하는 구조다.

 

국내외적으로 교사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자리 잡은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럽과 북미 일부 지역에서 학교 정보 시스템과 출결, 성적 관리 등을 통합한 플랫폼이 보급되고 있으나, AI가 교원의 문서 작업과 커뮤니케이션까지 깊게 관여하는 수준은 이제 막 실험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국내 공교육 시스템에 맞춘 AI 행정 보조 모델이 실제 운용 가능한지 확인하는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교육 데이터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도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학생 정보와 상담 내용, 성적과 생활 기록 등이 플랫폼에 집적되는 만큼, 데이터 암호화와 접근 통제, 로그 관리 등 기술적 안전장치와 함께 명확한 활용 범위 설정이 요구된다. 아직 국내에서 AI 기반 학교 행정 시스템에 대한 별도 규제 틀이 정교하게 마련된 단계는 아니지만,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과 교육 당국의 지침을 충족하는 수준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장혁 LG유플러스 기업고객그룹장은 U플러스슈퍼스쿨이 학교 행정 전반을 디지털 기반으로 통합해 교사가 반복 업무에 쓰던 시간을 줄이도록 설계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교육청과의 협력을 출발점으로, 공교육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AI 에듀테크 서비스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시범사업이 교육 현장 수용성과 제도적 논의 흐름에 따라 향후 AI 기반 학교 행정 플랫폼 확산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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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제주교육청#u플러스슈퍼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