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징역 17년형 확정 뒤에도 포교 계속”…JMS로 본 사이비 종교 관리의 빈틈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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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선복음교회(JMS) 총재 정명석이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가운데, 단체가 최근까지도 포교 활동을 이어온 정황이 드러나며 관리·감독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수사와 재판 이후 사이비 종교 활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신문이 이달 9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JMS 관련 교회는 약 120곳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내에는 수원·화성 등을 포함해 17곳이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석이 수감된 뒤에도 이들 교회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포교 활동이 이어졌다는 것이 취재 결과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에 따르면 JMS 신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명석을 옹호하는 글을 게시하고, 단체 활동을 미화하는 게시물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정명석을 “억울한 피해자”로 표현하거나, 성폭력 혐의를 “조작”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JMS 관련 누리집에서는 정명석의 설교문이 여전히 게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누리집은 설교 내용과 함께 교회 위치·집회 안내 등을 제공하며 교회 방문을 유도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콘텐츠는 새로운 신도 유입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정명석 관련 출판물은 공공 도서관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세종도서관, 일부 대한 온라인 도서관에는 정명석의 시집과 설교집, JMS 신도로 추정되는 인물이 정리한 설교 노트 형태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해당 도서들은 ‘기독교’, ‘기독교 수양’ 등의 주제로 분류돼 있어 일반 이용자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상태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성범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종교 지도자의 저작물이 공적 기관을 통해 제한 없이 유통되는 상황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피해 사실을 부정하거나 가해자를 미화하는 서술이 포함된 경우,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공공 도서관 측은 도서 비치는 신청·납본 절차를 따른 결과라며, 형사판결과 연계된 별도 심사 기준은 현재로서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정명석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 주요 가해자로 지목되며 사회적 공론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 수련원에서 홍콩·호주 국적의 여신도들과 한국인 여신도를 상대로 총 23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2023년 11월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같은 해 12월 1심 법원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정명석 측 모두 항소했고,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검찰은 다시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같은 해 10월 2심 법원은 형량을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 지난 1월 9일 대법원 2부는 준강간, 준유사강간 등으로 기소된 정명석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1945년생인 정명석은 올해 만 79세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되면서 남은 삶의 대부분을 교정시설에서 보내게 될 전망이다. 앞서 그는 JMS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출소한 전력이 있다. 출소 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다시 교단 활동과 해외 신도 접촉을 재개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재범 방지 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명석은 성폭력 사건과는 별도로 JMS 수련원 약수터 물에 병을 고치는 효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해 ‘월명수’라는 이름으로 판매, 20억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종교적 신념을 빌미로 의료·건강 정보를 왜곡해 금전적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와 종교·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개별 종교 지도자의 범죄”를 넘어, 사이비 종교 조직의 재범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미흡한 현실을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포교와 공공 문화시설을 통한 교리 확산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고 어디부터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제약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나 별도 가이드라인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국회와 관계 부처가 공공 도서관 자료 관리 기준, 온라인 포교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재범 위험이 큰 종교 지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 방안 등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정명석 사건은 교주 개인의 수감 이후에도 조직과 교리가 어떻게 사회 속에서 남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은 채, 책임 공방과 제도 개선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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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jms#국립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