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요청도 무시한 재개발 강행”…종묘 세계유산 보호 논란
서울시가 국내 1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을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의 공식 절차 없이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SBS 뉴스에 따르면, 서울시는 유네스코가 요청한 종묘 일대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절차를 따르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는 올해 3월, 종묘 인근에 고층 건물 신축 등 재개발 움직임에 대해 “세계유산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공식 요청했다. 이 평가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사업의 영향성을 조사·예측하고,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다. 그러나 서울시는 HIA를 거치지 않고, 내달까지 ‘보존상태보고서’만 제출할 계획이다. 이 경우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의 심의나 자료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업 무산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종묘 인근 재개발 논란은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졌다. 서울시의회가 ‘문화재 보호 조례’ 조항을 개정해 주변 100m 바깥 건설공사 재검토 절차를 없애고, 140m가 넘는 초고층 건물 건립 계획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이달 6일에는 대법원이 “국가유산청과 협의 없이도 개발 규제가 완화된 서울시 조례가 유효하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 사안을 놓고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판결 직후 “모든 수단을 강구해 문화유산을 지키겠다”며 법령 개정과 신규 입법까지 언급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 녹지 축 조성과 생태적 접근성 확보로 역사문화재 가치를 높이겠다”며 개발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와 시민 단체는 “세계유산 가치 보존을 위한 공식 절차가 무시됐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역시 관련 자료와 보고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법에만 기댄 서울시의 전략이 국제적 비판을 부를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종묘 재개발 사안은 세계유산 보호 체계의 실효성, 지방정부와 국가간 권한 배분, 국제 규범과 국내법의 갈등 등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향후 정부, 서울시, 유네스코 간 협의와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