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 캐빈 경쟁 격화”…LG전자·퀄컴, 온디바이스 HPC로 SDV→AIDV 전환 가속
LG전자가 차량용 전자장비 사업의 전략 무대를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옮긴다. LG전자는 2026년 1월 6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퀄컴 테크놀로지스와 공동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차량용 고성능 컴퓨팅 장치, 이른바 HPC를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고도화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경쟁 구도 속에서 인공지능 연산을 차량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완성차와 전장 공급망의 전략이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HPC에는 퀄컴의 차량용 고성능 칩셋 스냅드래곤 콕핏 엘리트와 LG전자가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설루션 AI 캐빈 플랫폼이 결합된다. AI 캐빈 플랫폼은 비전 언어 모델과 대형 언어 모델, 이미지 생성 모델 등 오픈소스 기반의 여러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 적용해 탑승자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을 지향한다. 단순한 음성 명령 인식 수준을 넘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유입되는 방대한 차량 내외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상황별 맞춤형 안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AI 캐빈 플랫폼의 작동 방식은 센서 퓨전과 맥락 이해를 전제로 한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차량 외부 카메라는 차선과 인접 차로의 교통 흐름을 인지해 합류 차량, 보행자, 장애물 정보를 수집하고, 내부 카메라는 운전자의 시선과 표정을 비롯한 상태 변화를 포착한다. 두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해 “합류 구간에서 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방을 주시하고 안전에 유의해 운전하세요”와 같은 문장을 화면과 음성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제공하는 경고에 언어적 해설과 문맥 설명을 덧입혀 운전자의 인지 부하를 낮추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스냅드래곤 콕핏 엘리트 칩셋은 핵심 연산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퀄컴 칩셋은 고성능 CPU와 GPU, 전용 AI 가속기를 통합한 구조를 기반으로, LLM 추론과 VLM 처리, 이미지 생성 등 연산 집약적인 작업을 차량 내부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LG전자에 따르면 HPC 상에서 수행되는 AI 연산은 외부 클라우드 서버와의 통신 없이 온디바이스 방식만으로 동작하도록 구성됐다. 통신 지연과 네트워크 불안정성에 취약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응답 속도와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보안 측면도 온디바이스 설계의 핵심 근거로 제시된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얼굴, 시선, 음성 정보와 주행 패턴 등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LG전자와 퀄컴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특히 유럽연합과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데이터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보다 규제 대응 측면에서 유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LG전자와 퀄컴의 협업 구도는 CES 2025에서 선보인 통합 HPC 플랫폼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양사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하나의 장치로 통합 제어하는 플랫폼을 제시하며,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전환에서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올해 CES 2026에서는 이 통합 구조 위에 생성형 인공지능 캐빈 플랫폼을 얹어, SDV를 넘어 인공지능 중심 차량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부각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시장 환경도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OTA 업데이트, 기능 구독 모델, 차량 내 콘텐츠 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차량 내부의 컴퓨팅 파워와 AI 역량은 더 이상 부수 요소가 아니다. 차량용 HPC는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장치가 아니라, 차세대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구동하는 인프라로 인식되는 추세다. LG전자가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결국 차량이 이동 수단에서 상시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흐름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확대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넘어 인공지능 중심 차량으로의 전환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퀄컴과의 협업을 축으로 전장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완성차 브랜드와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AI 캐빈 플랫폼의 실제 양산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생성형 인공지능 특유의 불확실성을 차량 안전 요구 수준에 맞게 통제하는 일로 요약된다. 응답 문장 생성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안내가 제시되거나, 예측 불가능한 문장이 만들어질 위험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규제 당국과 소비자 신뢰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디바이스 HPC 기반 생성형 AI 캐빈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이번 CES 2026 출품은 LG전자와 퀄컴이 이 시장의 선두 주자로 스스로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