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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 길 따라 호수로”…안성의 가을, 자연 속 한적함이 일상이 되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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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은 요즘 안성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주말이면 수도권에서 한 달음에 닿는 이 작은 도시가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한적한 여유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일상의 풍경이 되고 있다. 너른 들판, 굽이진 호수, 그리고 개성 있는 카페까지. 일상의 사소한 선택 속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다.

 

SNS엔 최근 풍산개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풍사니랑’ 방문 인증이 활발하다. 카페 앞 35년 된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길은 황금빛 단풍으로 먼 길을 감싸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고요히 사색을 즐긴다. 이곳은 2024년 안성맞춤 디저트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샌드쿠키와 풍산개 캐릭터 굿즈로 이미 입소문을 탔다. 바쁜 도심과는 달리, 편안한 음악과 자연 풍경이 그대로 일상이 된 모습이다.

고삼호수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고삼호수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2~3년 새 경기 남부권 내 소도시로의 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나들이객의 60% 이상이 “복잡하지 않은 자연 환경”을 우선 순위로 둔다고 답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여유와 사색,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찾고 있다는 뜻이다.

 

현지 카페 관계자들은 “반려견 동반, 노을 감상, 넓은 야외 테이블 등 가족이나 친구 단위 손님이 늘었다”고 체감한다. 실제로 1,100평이 넘는 ‘모스트417 타타스베이글’은 낮과 저녁이 또 다른 표정이다. 아침엔 잔디 위를 걷거나 루프탑 전망을 만끽하고, 저녁이면 가벼운 맥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손님들이 제법 많다. “탁 트인 공간과 자연의 조용함을 함께 누리려는 마음”이라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간단한 끼니마저 정다운 체험으로 남는 곳이 안성이다. ‘중앙스넥 본점’ 같은 분식집에서는 따뜻한 떡볶이와 김밥을 앞에 두고 여행의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맛, 오랜만이다”라는 반응을 남긴다.

 

진짜 여유는 고즈넉한 호수에서 완성된다. 안성의 숨은 비경 ‘고삼호수’는 산과 숲이 호수와 나란히 펼쳐진 풍경 덕에, 무엇보다 가을에 찾으면 가장 좋다. 단풍이 호수면에 비치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하루쯤 조용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차분히 걷는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오랜만에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딱 한나절 떠나기 좋은 도시”라며 잔잔한 공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익숙한 듯 낯선, 안성의 자연 한 켠에서 누구나 나만의 속도를 찾는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그 시간에 묻어나는 한적함이 삶의 리듬을 조금씩 바꾼다. 어쩌면 지금 이 변화는 모두가 겪고 있는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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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풍사니랑#고삼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