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회주사 탈모치료제 임상2상…인벤티지랩, 글로벌 공략 시동
월 1회 주사로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탈모 치료제가 글로벌 임상 개발 궤도에 올랐다. 인벤티지랩이 자체 약물전달 플랫폼을 적용한 남성형 탈모 치료제 IVL3001으로 호주에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신청하며, 기존 매일 복용이 필요한 경구제 중심 시장의 판도 변화를 노린다. 업계에서는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을 앞세운 장기지속형 제형 경쟁이 탈모 치료 분야에서도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인벤티지랩은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 TGA에 안드로겐형 탈모 치료제 IVL3001의 임상 2상 시험계획 IND 신청을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신청이 글로벌 기술이전과 임상 개발 전략에 따라 탈모 환자 대상 유효성 평가 단계로 본격 진입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 2상은 남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IVL3001의 모발 성장 개선 효과 등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약동학과 약력학 PK와 PD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임상 3상 단계에서 사용될 적정 용량을 도출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약동학은 체내에서의 약물 농도 변화, 약력학은 해당 약물이 실제로 나타내는 생리학적 효과를 의미한다.
IVL3001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제형 설계가 꼽힌다. 기존 남성형 탈모 치료는 대부분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나 국소 도포제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 치료 과정에서 복용 누락과 중단이 잦다는 지적이 있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 방출형 주사제 형태가 이 같은 낮은 복약 순응도 문제를 줄여 기존 치료 옵션과 차별화된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VL3001에는 인벤티지랩의 독자적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제조 플랫폼인 IVL DrugFluidic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미세유체 microfluidic 기반 공정을 활용해 약물 입자 크기와 분포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데 중점을 둔다. 회사 측은 입자 균일성, 공정 안정성, 체내에서의 약물 방출 속도와 기간을 조절하는 방출 제어 능력에서 기존 현탁형이나 일반 주사 제형 대비 우위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다양한 생산 규모와 설비 환경에 맞춰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 확장성도 플랫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시장 측면에서 남성형 탈모는 만성 경과를 보이는 질환 특성상 10년 이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한 번 투여로 수주 이상 효과를 유지하는 장기지속형 제형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관리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투약을 관리받기를 원하는 환자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벤티지랩은 대웅제약과의 협력을 통해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탈모 치료 분야에서 이미 경구제 포트폴리오와 영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임상 단계부터 상용화까지의 개발 및 마케팅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양사는 국내외에서 확보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협상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글로벌 임상 데이터 확보를 위해 다국가 임상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국내 규제 당국과의 협의도 병행됐다. 인벤티지랩과 대웅제약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사전 상담 절차를 거쳐 임상 시험 설계의 타당성을 점검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IND를 제출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총 4개 기관에서 동시 임상을 진행하는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호주를 전초기지로 삼아, 이후 아시아와 북미 등으로 임상 무대를 확대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생산 인프라 측면에서 인벤티지랩은 플랫폼 상용화를 위한 제조 기반도 서둘러 정비하고 있다. 충북 오송 바이오플랜트에는 미세유체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제형 전용 제조 설비 구축을 마무리했다. 내년 1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가며, 임상·상업 생산 모두를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IVL3001의 위탁생산 CMO 파트너인 위더스제약에도 동일한 미세유체 기반 제조설비가 구축돼, 수요 증가 시 대량 생산 체제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만·당뇨·정신질환 등 만성질환 영역을 중심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경쟁이 이미 치열해진 상황이다. 탈모 치료 분야에서는 아직 월 1회 수준의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널리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초기 구간으로 평가된다. 다만 호주 TGA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의 임상 진행 결과뿐 아니라, 향후 미국 FDA나 유럽 규제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 데이터 요구 수준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는 IVL3001을 남성형 탈모 치료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겨냥한 장기지속형 혁신 치료제로 규정했다. 김 대표는 대웅제약과의 개발 협력, 위더스제약에 구축된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과 상용화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계에서는 인벤티지랩의 장기지속형 플랫폼이 실제 탈모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장기지속형 제형 경쟁 구도가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