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인화·AI 기대감에 상한가”…벡트, 로봇·스마트팩토리 진출 기대에 29% 폭등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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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 전환과 인공지능 신사업 확대 기대가 겹치며 코스닥 상장사 벡트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10일 벡트는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장의 시선을 모았다. 투자자들은 벡트가 교육용 전자칠판에 머물지 않고 무인 매장과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로봇·AI 솔루션 매출이 본격화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수요일 벡트는 전 거래일보다 29.83퍼센트, 710원 급등한 3,09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까지 2,100원대에서 바닥권을 형성하던 주가가 단숨에 3,000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2,200원 안팎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종목이 이날 거래량 급증과 함께 장대 양봉을 세우며 전일 대비 강하게 분출했다. 장중 상한가 매도 물량이 거의 풀리지 않을 정도로 매수 대기 물량이 두텁게 쌓이면서 단기 추가 상승 기대가 커졌다는 평가다.

[분석] 벡트, 무인화·AI 날개 달고 상한가 직행… 29% 폭등의 비밀
[분석] 벡트, 무인화·AI 날개 달고 상한가 직행… 29% 폭등의 비밀

시장에서는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 무인화와 AI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지목한다. 벡트는 전자칠판과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해 축적한 영상 처리 및 시각화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 매장, 스마트 빌딩,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건비 부담과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유통·제조 등 산업 전반에서 무인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관련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수혜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발표된 해외 공급 계약과 신기술 인증 확보 소식도 펀더멘털 개선 기대를 키우며 주가에 힘을 보탰다. 특히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과의 협력과 AI 기반 신제품 출시 계획이 전해지며 벡트가 단순 교육 기자재 업체를 넘어 솔루션 공급사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업계에서는 벡트가 AI 디지털 교육,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인프라 등으로까지 응용 범위를 넓힐 경우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구체화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세에 외국인의 비중 확대가 더해지며 상승 탄력이 붙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보유율은 4.4퍼센트에서 5.1퍼센트까지 우상향했다. 특히 12월 1일에는 외국인이 1만7,000주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분을 늘렸고, 급등 전후에도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수급 안정성을 높였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창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가운데 외국인 이탈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단기 테마성 급등을 넘어선 추세 가능성을 거론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동종 업계와의 비교에서도 벡트의 주가 흐름은 두드러졌다. 메가스터디교육, 아이스크림미디어 등 에듀테크 및 교육 관련 종목들이 대체로 약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벡트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관련 섹터 내 주도주로 부상했다. 10일 기준 벡트의 시가총액은 약 423억 원으로 코스닥 1,376위 수준에 불과한 스몰캡이다. 상장주식수 약 1,370만 주 가운데 유통 물량이 분산된 구조여서 거래대금만 뒷받침될 경우 가격 탄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펀더멘털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벡트의 2024년 결산 기준 매출액은 646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12억 원 적자를 기록해 수익성 회복이 숙제로 남아 있다. 자기자본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PBR은 2.47배로 업계 평균 수준에 근접했으나, 적자 상태 탓에 주가수익비율을 활용한 밸류에이션은 의미가 크지 않다. 회사는 전체 매출의 약 36퍼센트를 차지하는 전자칠판 사업에서 일정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QLED 전자칠판 핵심 부품에 대한 글로벌 인증 확보를 통해 조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채비율은 117퍼센트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구조적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성장 전략 측면에서 벡트가 제시한 로드맵은 투자자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로보틱스 솔루션 업체 TPS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TPS는 자율주행로봇과 협동로봇 등 스마트팩토리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벡트의 디스플레이·시각화 솔루션과 결합되면 공장 자동화 및 물류 로봇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된다. 벡트는 이를 통해 하드웨어 유통 중심 모델에서 탈피해 로봇·AI 제어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 가치 제고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테마 관점에서 벡트는 디지털 전환과 로봇, 두 가지 성장 스토리의 접점에 서 있다. 정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과 맞물려 에듀테크 종목이 재조명되는 상황에서 벡트는 교육과 로봇, 무인화 기술을 엮어 테마 확장성을 확보했다. 과거 단순 교육 기자재 납품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래 신산업 인프라 공급사로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과정이 주가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부담, 실제 실적과 괴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투자 전략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단기 모멘텀과 중장기 실적 검증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는 상한가 안착으로 3,000원 선이 핵심 지지선으로 의식되는 가운데, 거래량이 유지될 경우 추가적인 오버슈팅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전 고점 구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이 쏠리면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AI·로봇 신사업에서 구체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확인돼야 현재의 시가총액 수준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종목 특성상 수급 공백이 발생하면 하락 폭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주가 상승이 실적보다는 기대감에 힘입은 측면이 강한 만큼, 2025년 이후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흑자 전환 여부와 신규 수주 공시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벡트가 무인화와 AI라는 구조적 성장 테마를 등에 업은 만큼, 실제 숫자로 성장성을 입증할 경우 에듀테크를 넘어 로봇·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도 주도주 입지를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도 함께 제시된다. 향후 동사의 주가 흐름은 로봇 협업 시너지와 실적 개선 속도에 따라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금리 수준과 IT·자동화 설비 투자 사이클이 벡트의 성장 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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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트#무인화#ai신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