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핑 도우미 더스틴”…롯데, 오프라인 리테일 혁신 노린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고객 경험을 바꾸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롯데이노베이트,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선보인 AI 쇼핑 컨시어지 서비스 더스틴은 매장 안내와 이벤트 정보 탐색을 자동화해 백화점 방문 고객의 동선을 재구성한다. 국내에서는 드문 아마존 베드록 기반 AI 에이전트 상용 사례로, 유통 업계의 생성형 AI 도입 경쟁에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18일 롯데이노베이트, AWS와 협력해 AI 쇼핑 도우미 더스틴을 공개했다. 더스틴은 700만 가입자, 월간활성사용자수 110만명을 보유한 롯데백화점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된다. 고객 질문을 이해하고 오프라인 매장 데이터를 실시간 탐색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을 적용해, 국내 오프라인 리테일 환경에서 아마존 베드록 기반 AI 에이전트를 고객 접점에 상용화한 사례가 됐다.

서비스의 기술적 핵심은 자연어 이해와 매장 데이터 연동에 있다. 더스틴은 고객이 던지는 자유로운 문장을 분석해 의도를 파악하고, 백화점 층별 매장 구성, 브랜드별 행사, 영업 시간, 할인 혜택 등 구조화·비구조화 데이터를 동시에 탐색해 답을 생성한다. 기존 챗봇이 정해진 FAQ 시나리오에 의존했다면, 더스틴은 맥락과 숨겨진 의도까지 반영해 응답을 생성하는 생성형 AI 에이전트 구조를 채택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크리스마스 행사 알려주세요라고 입력하면 단순 행사 일정 안내를 넘어,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 같은 시즌 이벤트와 함께 화장품, 패션, 주얼리 등 선물 카테고리별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를 선별해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선물용인지, 가족 중심인지 등 문장 속 뉘앙스를 반영해 추천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
정보 탐색 동선도 줄였다. 기존에는 앱 내 여러 메뉴를 거쳐야 했던 매장 정보 검색이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축되면서,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일상 언어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키즈 지식재산권인 킨더유니버스 캐릭터 더스틴을 서비스 전면에 내세워, 오프라인 캐릭터 경험과 모바일 서비스 이미지를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했다.
이번 협업에서 롯데이노베이트는 서비스 인프라와 핵심 AI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했고, AWS는 클라우드 인프라와 생성형 AI 기술을 제공했다. 아마존 베드록을 통해 앤트로픽의 클로드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컨시어지 시스템을 구성하고, 매장·행사 정보를 포함한 내부 데이터를 학습과 검색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데이터 검색 기능은 아마존 오픈서치 서비스가 담당해, 수많은 매장 정보와 이벤트 세부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 응답 생성에 반영한다. 고객과의 대화 이력은 아마존 다이나모DB에 저장해, 같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문의하는 패턴이나 관심 카테고리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아울러 아마존 베드록 가드레일을 통해 부적절한 표현이나 백화점 서비스 정책에 맞지 않는 응답을 실시간 필터링해, 매장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안전한 대화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리테일과 소비재 산업에서 연간 약 4000억에서 6600억 달러 규모의 운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고객 응대 자동화, 재고 최적화, 가격 전략, 마케팅 효율화 등 전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고 매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매장 정보와 할인 혜택, 영업 시간 등 흩어져 있는 정보를 직접 찾아야 했던 고객 경험을 AI 컨시어지로 전환해 불편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경쟁 구도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유통 기업들은 매장 내 키오스크나 앱 기반 AI 안내 서비스를 도입해 오프라인 동선과 온라인 데이터를 결합하는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사와 커머스 플랫폼이 생성형 AI 기반 검색과 추천 기능을 강화하면서, 누가 더 높은 정확도와 편의성을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쟁 포인트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백화점처럼 오프라인 비중이 큰 사업자일수록 데이터 기반 운영 전환의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더스틴은 매장 직원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유도할 전망이다. 반복적인 위치 안내나 행사 문의 응대를 AI가 맡으면서, 직원들은 고부가가치 고객 상담과 VIP 케어, 체험형 서비스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동시에 고객 문의 패턴, 매장 간 이동 동선, 방문 시간대 등 데이터를 축적해 층별 구성, 행사 기획, 인력 배치 등 오프라인 공간 운영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규제 측면에서는 현재 정보 안내 위주의 서비스로, 개인정보 보호와 광고성 정보 노출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향후 구매 이력과 결제 정보까지 활용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과 관련 가이드라인에 맞춘 동의 절차와 데이터 최소 수집 원칙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AWS의 보안·컴플라이언스 체계와 롯데백화점 내부 데이터 거버넌스가 결합해 어떤 표준을 마련하느냐가 향후 레퍼런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내년부터 더스틴에 다국어 지원 기능을 추가해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 고객 응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고객 쇼핑 이력과 구매 패턴을 분석해, 단순 안내를 넘어 선호 브랜드, 가격대, 방문 시간대까지 고려하는 정교한 AI 쇼핑 에이전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백화점 비즈니스의 고객 접점 전략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른 만큼, 실제 이용률과 매출 기여도에 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다.
산업계는 오프라인 유통 중심 기업인 롯데백화점이 더스틴을 통해 데이터 기반 리테일 전환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기술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고객 동의와 데이터 보호, 매장 직원과의 역할 분담 같은 제도와 조직 측면의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술과 고객 경험, 산업 구조와 규제의 균형이 오프라인 리테일 AI 전환의 성패를 가를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