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항바이러스 치료” 대상포진 방치 땐 평생 신경통 우려
몸살과 두통, 미열이 동반된 통증이 감기 증상처럼 느껴지다가 며칠 뒤 몸 한쪽에 띠 모양의 발진과 물집이 생기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한다.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진과 수포가 생긴 뒤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극심한 신경통과 장기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계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대상포진 환자가 늘고 있어, 백신 접종과 조기 진단이 통증 의료체계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본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에 걸리며 몸속에 남은 수두 바이러스가 척추 신경절 등 신경계에 잠복해 있다가 성인 이후 재활성화되며 나타난다. 암, 당뇨, 류마티스질환 같은 만성질환, 면역억제제나 항암제 사용,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 고령에 따른 세포면역 저하가 주요 촉발 요인으로 꼽힌다. 재활성화된 바이러스는 특정 감각신경을 따라 이동하며 피부에 띠 모양의 발진과 물집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신경염과 신경괴사를 일으켜 매우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전형적인 초기 증상은 몸 한쪽에 국한된 화끈거리거나 칼로 베는 듯한 통증, 저릿함 같은 감각 이상이다. 이후 수일 내 같은 부위에 붉은 반점과 작은 물집이 군집을 이루며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병변은 옆구리, 몸통, 얼굴, 눈 주변에서 흔하지만 다리, 팔 등 전신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드물게 내장기관을 침범하기도 한다. 발열, 몸살,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감기나 심혈관,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발진과 수포 없이 띠 모양 통증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초기에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가 필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항바이러스제를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하는 것이다. 발진과 수포 발생 후 72시간, 즉 3일 안에 아시클로비르, 발라시클로비르 계열 약제를 복용하면 피부 병변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이 심할 경우 일반 진통제뿐 아니라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신경통 약, 국소 마취 패치, 신경차단술 등을 병합해 다각도로 통증을 조절한다.
병변 부위에 따라 치료 전략과 예후도 크게 달라진다. 안면신경, 눈 주변, 귀, 생식기처럼 기능적으로 중요한 부위에 생기면 시력 손상이나 청력 저하, 안면 마비 등의 합병증 위험이 높아 입원 치료와 전문과 협진이 권장된다. 면역저하자, 고령자, 임신부 역시 바이러스 확산과 2차 감염 가능성이 커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예방 차원에서는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만 50세 이상 성인과 암, 장기이식, 면역억제제 투여 등으로 심각한 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만 18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기존 생백신은 접종 후 5년이 지나면 예방 효과가 시간에 비례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최근에는 재조합 사백신으로 추가 접종을 하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재조합 백신은 면역저하자에서 활용 범위가 넓고 효능 지속 기간도 길 것으로 평가돼 고령층 정밀 예방의 핵심 도구로 주목받는다.
대상포진은 환자 몸속에서 재활성화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지만, 수포 부위가 터진 상태에서 직접 접촉이 일어나면 수두에 걸린 적이 없는 아이, 임신부, 면역저하자에게 수두를 전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포가 완전히 마르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는 발진 부위를 깨끗한 드레싱으로 가리고, 어린이, 임신부, 중증 만성질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감염관리 관점에서는 지역사회 내 성인 대상포진 관리가 소아 수두 감염까지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도 중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발진과 수포가 가라앉고 수주에서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같은 부위에 불에 타는 듯하거나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발병 1개월, 넓게는 3개월이 지난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만성 단계로 분류된다. 옷깃이 스치는 자극에도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할 만큼 통증 강도가 높을 수 있고, 이 상태가 수년, 때로는 평생 이어져 수면 장애, 우울, 사회활동 제한으로까지 이어지며 의료·복지 비용을 키운다.
통증과 함께 해당 부위의 감각 이상이 동반되는 것도 특징이다.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 감각이 둔해지면서도 가벼운 자극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이질통, 통각과민 등이 대표적이다. 가려움, 화끈거림, 찌릿한 전기 자극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옷을 입거나 샤워를 하는 일상생활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얼굴과 눈, 귀 주변 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시력 저하, 실명 위험, 청력 손실, 안면 근육 마비가 반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어 조기 통증 관리와 전문과 협진이 특히 중요하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위험은 고령일수록, 급성기 통증이 심할수록, 광범위한 피부 병변이 있을수록,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을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진 초기부터 항바이러스 약제를 충분한 용량으로 적기에 투여하고,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만성화 예방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된다. 특히 안면, 눈 주변 등 기능 손상이 우려되는 부위에 발생했거나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단순 약물치료를 넘어 신경차단술 등 중재적 통증 치료를 병행하는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
이구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의료 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심각한 통증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삶의 질 저하를 동반할 수 있다며 50세 전후에 대상포진 백신 투여를 적극 고려하고, 대상포진이 의심되는 수포와 발진, 편측 통증이 있을 경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고령층 확대와 만성질환 증가 속에서 대상포진 예방과 통증 관리 기술이 향후 정밀의료와 디지털 통증 관리 솔루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진료 패러다임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