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타이드 장기지속 제형”…펩트론, 오송 신공장 착수로 생산기지 확대
펩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의약품 기술이 글로벌 주사제 시장 판도를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펩트론이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 대규모 신공장을 추진하며 생산 인프라를 확장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수요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를 노린다. 특히 비만과 당뇨를 겨냥한 GLP1 계열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제조 거점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는 흐름이다.
펩트론은 16일 충청북도 청주시로부터 오송바이오파크 내 유휴부지 약 5000평 규모에 펩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의약품 생산을 위한 신공장 건축 허가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으로 펩트론은 총 890억원을 투입해 최신 생산 설비를 갖춘 제조 시설을 본격적으로 건설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신공장을 미국 식품의약국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cGMP 요건에 맞춰 설계해, 글로벌 시판용 완제 의약품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신공장의 기술적 핵심은 펩트론이 자체 개발한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다. 스마트데포는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펩타이드 약물에 미세입자 기반 방출 조절 기술을 적용해, 약물의 체내 머무는 시간과 방출 속도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 접근법을 통해 반감기가 짧아 매일 또는 주 1회 투여해야 하는 펩타이드 제제를 월 1회에서 최대 6개월 간격까지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용량에서 혈중 농도 변동 폭을 줄이고 목표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점에서 기존 주사제 대비 치료 편의성과 안전성 관리 측면의 개선 효과도 기대되는 구조다.
특히 이번 시설은 스마트데포 기반 장기지속형 제형을 대량으로 안정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 자동화와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강화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미세구조 제어, 용출 패턴 일관성, 입자 크기 분포 등 공정 변수 관리가 까다로운 분야로, 소규모 파일럿 생산과 상업용 대량 생산 사이 기술 격차가 크다. 펩트론은 오송 신공장을 통해 파일럿·임상용 생산에서 상업 규모 양산 단계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편차를 줄이고, 다국적 제약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밸리데이션과 규제 대응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시장 측면에서 펩트론이 겨냥하는 대표적 타깃은 GLP1 기반 비만·제2형 당뇨 치료제다. GLP1은 식욕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 유사 펩타이드로, 현재 주 1회 투여 제형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월 1회 혹은 그 이상 간격으로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장기지속형 제형이 확보될 경우, 비만 및 만성 대사질환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의료 시스템의 투약·모니터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펩타이드 특성상 고도의 공정 제어와 청정 환경이 필요한 만큼, 펩트론의 신공장은 국내외 제약사의 위탁생산과 공동 개발 수요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를 보면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제형과 관련해 다국적 제약사와 전문 CDMO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기지속형 대사질환 치료제와 희귀질환용 펩타이드 주사제 개발이 활발하며, 품질 기준과 공급 능력을 갖춘 제조 시설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펩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제형에 특화된 공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펩트론이 오송에 구축하는 설비는 국산 플랫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규제와 인증 측면에서도 FDA cGMP를 충족하는 생산시설 확보는 상용화 전략의 핵심 변수다. 장기지속형 제형은 투여 간격이 긴 만큼 한 번의 투약으로 장기간 약물이 체내에 존재하게 돼, 품질 변동과 불순물 관리, 방출 패턴 이상 등에 따른 안전성 이슈에 각국 규제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다. 펩트론이 신공장 단계부터 미국과 유럽 규제 기준을 겨냥해 설계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장기적으로 자체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의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다목적 허브로 활용하려는 구상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이사는 신공장 건설에 대해 글로벌 펩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GLP1 기반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을 언급하며,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제형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검증된 대규모 생산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오송 신공장이 계획대로 완공되고 해외 규제 인증까지 연계될 경우, 국내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의약품 생태계 전반의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 확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펩트론의 이번 투자가 실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돼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