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수수는 허위”…전재수 해수부 장관 전격 사의, 부산시장 선거전 급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싼 파문과 해양수산부를 이끌어온 전재수 장관이 맞붙었다. 여당의 유력 부산시장 후보였던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사의를 밝히자, 내년 부산시장 선거 구도가 한순간에 격랑에 휩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장관은 11일 오전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장관직 사퇴 입장을 내놨다. 그는 “허위 사실에 근거한 일이지만, 하지만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유력 지방선거 카드가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전 장관은 그간 통일교 관련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럼에도 장관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만큼,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 특히 부산시장 선거에 미칠 정치적 파장을 예민하게 계산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이 불거졌고, 전 장관이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내년 지방선거에 초대형 악재”라는 반응이 감지된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다. 시당 관계자는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가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것 아닌가 보고 있지만 전 장관의 사퇴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도 “전 장관이 결백을 주장하는 만큼 의혹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당이 내년 지방권력 탈환을 목표로 조직과 전략을 재정비하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 장관의 재도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시당의 다른 관계자는 “금품수수 의혹이 허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장관직 사의를 밝힌 전 장관이 부산시장에 출마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과 박재호 전 국회의원 등이 시장 후보로 전면에 나서겠지만, 해수부 부산 이전으로 반등을 기대했던 부산 민주당 지지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대체 카드로 거론돼온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 박재호 전 국회의원에 더해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명된다. 전 장관의 사퇴로 ‘1강’ 구도가 깨지면서 민주당 내 공천 경쟁이 다자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이슈를 매개로 지역 공약과 인물 경쟁이 동시에 부각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 장관의 사의가 향후 수사와 선거 판세 양쪽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의혹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부산 야권에서는 전 장관의 정치적 타격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치적 리더를 선택할 때 실력이나 정책 비전 못지않게 중요한 게 후보자의 도덕성”이라며 “법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겠지만, 전 장관이 사퇴까지 했기 때문에 부산시장 출마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도덕성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장관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국민의힘 내 잠재 후보군도 빠르게 움직일 조짐을 보인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가장 유력하던 여당 후보로 꼽히던 전 장관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진 만큼 야당 잠재적인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도읍 국회의원과 조경태 국회의원 등도 부산시장 공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천 경쟁이 조기 점화될 경우, 부산정치 전반의 판도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학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여권과 정부 모두에 부담을 주는 변수로 본다. 차재권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혹 자체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전 장관이 사의까지 표명함에 따라 부산시당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 장관이 의혹에서 벗어나 결백을 입증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은 이제 수사와 여론의 향배를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와 전 장관의 향후 행보에 따라 부산시장 선거 지형이 다시 재편될 수 있어서다. 국회와 정당들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의 실체 규명 과정을 지켜보며 후보 검증과 공천 전략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수사 진행 상황과 여론 동향을 고려해 해양수산부 장관 후속 인선과 지방선거 대응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