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000선 앞두고 숨 고르기…개인 매수에 보합권 공방

윤지안 기자
입력

12월 17일 국내 증시가 개인 투자자의 강한 매수세와 외국인·기관의 차익 실현이 맞서는 가운데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주항공과 출산장려 정책 관련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고, 국제 유가 급락 수혜 업종인 운송주가 급등하면서 업종·테마별 차별화 장세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유가 하락, 개별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단기 숨 고르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오전 9시 9분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0.03퍼센트 하락한 3,998.10포인트를 기록하며 4,0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장중 한때 3,994.65포인트까지 밀리며 변동성을 보였지만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지수 하단을 방어하는 양상이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 2,362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967억 원, 기관은 413억 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0.12퍼센트 하락한 915.05포인트를 나타냈고, 개인이 1,385억 원을 순매수하는 가운데 외국인 821억 원, 기관 253억 원이 순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많은 가운데 체감 지수는 약세에 가깝다는 평가다.

[표] 12월 17일 증시 시황(ⓒ톱스타뉴스)
[표] 12월 17일 증시 시황(ⓒ톱스타뉴스)

전날 뉴욕증시의 혼조세와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이날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4.6퍼센트까지 상승하면서 고용 시장 냉각 우려가 부각됐다. 여기에 10월 소매판매가 보합에 그치며 소비 둔화 조짐도 뚜렷해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수출과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과 로보택시 사업 낙관론에 힘입어 3퍼센트 넘게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국내 우주항공 관련 종목들에 강한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도 업종별 주가 흐름을 갈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가격은 수요 부진 우려로 2.73퍼센트 하락해 배럴당 55.27달러를 기록, 2021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정유·에너지 업종에는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항공과 운송업에는 연료비 부담 완화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도로와철도운송 업종이 4.86퍼센트 급등하며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이런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가정용품 업종은 2.80퍼센트, 식품 업종은 2.05퍼센트 오르며 불안한 장세에서 방어주 성격을 부각하고 있고, 섬유·의류·신발·호화품 업종도 1.81퍼센트, 비철금속 업종은 1.53퍼센트 상승했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집중된 대형 IT와 반도체 업종은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제약하고 있다.

 

테마별로는 우주항공산업과 출산장려 정책주가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 급등과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이 맞물리며 우주항공산업 테마는 3.25퍼센트, 스페이스X 관련 테마는 1.65퍼센트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이 흐름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이노스페이스 등 관련 종목들의 급등세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저출산 대응 정책에 대한 기대 역시 출산장려정책 테마 2.21퍼센트, 엔젤산업 테마 1.78퍼센트 상승으로 이어졌다. 에르코스와 꿈비 등 관련 종목들이 정책 모멘텀에 힘입어 강한 탄력을 받는 흐름이다. 이 밖에 연말 소비 시즌 수혜가 기대되는 백화점 테마가 2.22퍼센트 오르고, 탈모 치료 테마 1.44퍼센트, 탈 플라스틱 등 친환경 테마 1.28퍼센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5 하반기 신규상장 테마가 2.09퍼센트 상승한 점은 신규 상장주를 둘러싼 단기 매매 수요가 여전히 높음을 보여준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동양고속과 한화갤러리아우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동양고속은 전 거래일보다 29.96퍼센트 오른 3만80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에 안착했다. 유가 급락으로 인한 연료비 부담 감소와 수익성 개선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우 역시 29.83퍼센트 상승한 2,72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주의 강세도 두드러져 금호건설우는 20.88퍼센트 급등한 3만5,900원, 동부건설우는 15.38퍼센트 오른 3만 원에 거래 중이다. 탈모 치료 이슈가 부각된 메타랩스는 25.30퍼센트 급등하며 상한가 수준에 근접했고, 한화갤러리아는 8.38퍼센트, 현대위아 6.85퍼센트, 천일고속 6.81퍼센트, 아이에스동서 5.71퍼센트, 해성디에스 5.61퍼센트 등도 강한 상승세로 코스피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신규 상장주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날 이 종목은 기준가 대비 98.18퍼센트 급등한 3만2,700원을 기록하며 상장 첫날부터 투자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신규 상장 프리미엄이 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사 메지온은 19.79퍼센트 상승한 11만6,200원에 거래되며 바이오주의 변동성을 다시 드러냈고, 탈모 샴푸 브랜드로 알려진 TS트릴리온은 18.32퍼센트 오른 310원을 기록했다. 출산장려 정책 수혜주로 분류되는 에르코스는 16.22퍼센트 상승한 1만2040원, 꿈비는 11.43퍼센트 오른 4,970원에 거래되며 정책 기대를 반영했다. 자율주행 부품주 퓨런티어는 14.00퍼센트, 제약주 위더스제약은 12.01퍼센트, 패션기업 에스제이그룹은 10.47퍼센트 상승하며 개별 호재에 민감한 중소형주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주 아크릴은 9.70퍼센트, 건설 관련주 엔알비는 9.68퍼센트 오르며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개인 투자자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직접 투자 경험을 언급했던 상장지수펀드 ETF 상품들의 주가는 전체 지수 흐름과 비슷한 보합권 움직임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인 KODEX 200은 이날 5만6,405원에 거래되며 0.01퍼센트 강보합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약보합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코스닥 약세 영향으로 KODEX 코스닥150은 0.29퍼센트 내린 1만5,335원을 기록 중이다. 배당을 재투자하는 구조의 KODEX 200TR 역시 2만255원으로 0.07퍼센트 하락해 대형주 중심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경기 지표 둔화와 유가 급락, 정책 테마 이슈 등 복합 변수가 맞물린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개별주 중심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 방향성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글로벌 경기 지표 흐름, 국내 정책 모멘텀과 기업 실적 발표 일정 등에 좌우될 전망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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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속#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이재명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