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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물든 초가을 남해”…자연과 감성이 만나는 곳, 일상에 쉼표를 더하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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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 바람이 서늘하게 불면, 남해를 걷는 사람들이 부쩍 더 잦아진다. 예전엔 먼 여행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일상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이 기꺼이 찾아가는 위로의 공간이 됐다.

 

층층이 이어진 논두렁과 그 너머 푸른 바다 풍경, 초록 숲속 감성 카페, 고운 모래로 아늑함을 안기는 해변, 붉은 저녁노을 그리고 밤바다 낚시까지. 남해엔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잠시 머물고 싶은 풍경들이 가득하다. 그중 설흘산 자락의 다랭이마을은 바다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층층이 이어진 다랑이논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산책길을 돌다보면 봉수대의 흔적이 지난 시간을 불러와, 자연과 인간의 속삭임이 공존하는 곳임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칠갑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칠갑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계절 따라 떠나는 국내 여행지’로 남해가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주변을 여행한 이들은 “논과 바다가 동시에 보이는 풍경이 마음을 내려앉게 한다”고 고백한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가 이국적인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땐 ‘남해의숲’ 같은 숲속 카페가 새로운 휴식처가 된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특별한 카이막 디저트가 일상에 잔잔한 호사를 선물한다. 해변으로 향하면 설리해수욕장의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 소리,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하늘이 사색을 부른다.

 

밤이 되면 선착장에서 즐기는 볼락 밤낚시 체험이 이색적이다. “낚싯대를 처음 잡는 이도 금세 익숙해지고,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은 남해의 풍요로움을 입 안 가득 전했다”고 한 체험객은 표현했다. 안전한 선착장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 추억을 남긴다.

 

특히 섬이정원처럼 유럽식 다랑이논 정원에선 한려해상공원의 푸른 바다와 다양한 식물, 억새, 돌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각기 개성 있는 9개의 작은 정원과 꽃, 연못이 색다른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SNS에서도 “사진마다 그림엽서 같다”, “가을이면 다시 꼭 가고 싶은 곳”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각적 여행 공간이 “일상에 소소한 활력과 자기만의 리듬을 찾게 하는 힘”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머무는 장소가 일상을 환기하는 쉼터가 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고 여행 칼럼니스트는 느꼈다.

 

사소해 보이지만, 남해에서의 한나절 산책이나 숲속 커피, 가족과 나누는 밤낚시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머물고 싶은 감정의 기억이 된다. “이젠 이런 여행이 당연해졌다”는 많은 사람들의 고백처럼, 남해의 계절 풍경은 그저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기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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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다랭이마을#섬이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