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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신뢰 중대 훼손"…건진 브로커 징역 2년, 3대 특검 첫 1심 결론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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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 인맥을 내세운 재판 청탁 의혹과 특검이 맞붙었다. 김건희 특검팀이 기소한 이른바 건진 브로커 사건에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3대 특별검사팀이 수사한 사건 가운데 첫 1심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 이현복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이모 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4억원을 선고했다. 사건을 수사한 곳은 김건희 특별검사팀이다.

이 씨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와 가까운 사이를 내세우며, 전성배 씨가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 고위 법조인 등과 친분이 깊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씨는 "건진에게 부탁하면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줄 수 있다"며 재판 관련 청탁을 해주겠다고 말하고, 대가로 4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이 씨가 돈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주장을 단호히 배척했다. 재판부는 "관리처분권을 취득해 이를 사용한 내역에 불과하므로 이를 수수한 액수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밝히며, 전액을 알선 대가로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공무원 신분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 알선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법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민간인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하고 돈을 받았을 경우 특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민간인이 권력과 인맥을 매개로 사법 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행위 자체를 무겁게 본 셈이다.

 

양형 판단에서는 사법 신뢰 훼손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법원의 독립성·공정성, 법관 공직 수행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중대하게 해치는 범행"이라며 "사법정책적으로도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수한 금액이 거액인 점, 이 씨가 범죄 전력이 있는 점,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김건희 특검팀은 결심공판에서 "청탁과 알선을 목적으로 4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4년과 추징금 4억원을 구형했다. 특검 구형량보다는 낮은 형이 선고됐지만, 법원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특검 수사 정당성에는 힘이 실렸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 사건은 내란, 김건희, 순직해병 등 3대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들 가운데 처음으로 1심 선고가 내려진 사례다. 다른 특검 사건 재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피고인 측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부 주변을 맴도는 이른바 인맥 브로커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추가 제도 개선 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치권과 법원, 특검의 판단이 교차하는 가운데, 향후 항소심과 다른 특검 사건 재판에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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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브로커#김건희특검#서울중앙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