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가 포름산으로 변신”…UNIST, 저전력 전환 시스템 공개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이 화학·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발표한 ‘초저전압 이산화탄소 전환 시스템’은 기존 대비 4분의 1의 전력으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인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동일 조건에서 포름산 생산량은 3배 가까이 향상돼, 온실가스 활용이 실제 수익과 연결되는 ‘탄소자원화 공정’의 혁신 가능성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저탄소 자원순환 경쟁’의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UNIST 조승호 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권영국·이재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12일,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바꾸는 초저전압 전기화학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산소 발생(산소 발생 반응, OER) 대신 포름알데히드 산화(FOR) 반응을 짝반응으로 도입한 점이다. 기존 전환 시스템에서는 전체 전력의 70~90%가 ‘산소 발생’에 소진되고, 시스템 구동 전압이 2V(볼트)까지 필요했다. 새 방식은 산소 대신 포름알데히드 산화를 거치면서 0.5V 구동, 음극 96.1%·양극 82.1%의 효율로 포름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실질 에너지 소모가 급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산화탄소–포름산 변환 속도는 0.39 mmol/cm²·h로, 기존 시스템 대비 3배 이른 생산이 가능하다. 포름알데히드 산화 반응을 짝반응으로 활용하면, 짝반응 전극마저도 산소가 아닌 포름산을 만들게 된다. 이로써 ‘양쪽 전극 모두에서 부가가치 물질 생산’이라는 고효율 공정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은 포름산 외에도 확장된다. 같은 방식으로 암모니아, 과산화수소, 수소 등을 전기·오염물질 없이 생산하는 친환경 자가구동 시스템 개발이 이미 시연됐다. 산화 반응과 질산염 환원, 산소 환원, 수소 발생 반응을 결합해 생산한 예가 대표적이다.
UNIST 측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기존 온실가스 자원화 공정의 비효율 난제를 크게 줄인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현재 글로벌 탄소중립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산업용 원료 확보와 경제성까지 아우르는 ‘자원순환 공정’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도 탄소포집(CCU)과 전기화학적 전환기술 상용화 실증에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관련해 국내외 특허·인증 확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 진입에는 여전히 비용·공정 안전성 등 현안이 남아 있다. 다만, 포름알데히드 연계 전환 방식은 낮은 전력과 다양한 생산물 확보 측면에서 신기술 진입장벽을 한층 낮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환경 고효율 공정 도입은 산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승호 교수는 “이산화탄소 전환 공정 효율화는 환경문제와 첨단소재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다”며 “한정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인 만큼, 앞으로 자원순환·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에 10월 1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표지 논문 선정과 함께 정식 출판 예정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