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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위협 억제 ‘강화’에 방점”…한미, 팩트시트에 대중국 견제 신호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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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위협 억제를 둘러싼 한미 정상의 의중이 다시 맞붙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핵심 군사·안보 현안마다 대중국 견제 신호가 곳곳에 녹아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소강 상태에 머문 최근, ‘동맹 중심’ 역내 질서 재정립을 위한 양국의 전략적 셈법이 정국 격랑을 예고했다.

 

이날 한국과 미국이 공동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 강화’다. 공식 문서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군사적 위협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양 정상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미국의 지원 하에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체계를 주도한다”며 “필수적인 군사력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한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북한 대응을 내세웠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동맹국의 역할을 확대하고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억제하려는 취지로도 읽힌다.

 

양국은 한미일 3자 협력 강화의 필요성도 거듭 선언해, 북핵은 물론 중국발 위협에 대응하는 집단안보체제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내용 역시 2006년 한미공동성명을 재확인하며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필요성을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미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과 핵 포함 모든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를 약속하는 등 동맹 안보공약도 다시 강조했다.

 

재래식 전력 증강과 함께 한국이 국내총생산의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달러 규모 구매를 약속한 것 역시 기존 미 동맹 패러다임의 변화를 방증한다. 미국의 군사·경제적 부담 분담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방위산업 주도권과 책임을 높이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묘한 시각차도 이번 팩트시트에 담겼다. 한미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중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항행·상공비행의 자유 수호”와 “모든 국가의 해양 권익 주장은 국제해양법과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도 명시해, 서해와 영공에서의 중국 도발 가능성을 견제하는 데 공조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치권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 양국의 입장이 갈수록 대중국 견제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과의 경제 관계, 역내 긴장관리 필요성 등으로 인해 표현상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향후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미일 협력체제 강화, 주한미군 역할 증대, 군사무기 도입 등 안보적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향후 미중 지정학 구도의 변화에 따라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국민적 부담과 동맹 역할 분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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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중국#주한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