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24배 극저평가 부각되자…해성산업, EB 리파이낸싱에 거래량 6배 폭증
해성산업 주가가 극저평가 구간에서 재무구조 개선 움직임과 맞물리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오후 장중 기준 주가가 4% 넘게 오르고 거래량이 전일의 6배 이상으로 폭증하면서, 저점권에서의 추세 전환 가능성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실적 둔화 우려 속에서도 부채 구조 재편과 자산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반도체·제지 업황 흐름에 따라 주가 재평가 폭이 달라질 전망이다.
12일 금요일 오후 1시 기준 해성산업은 전 거래일보다 4.46% 오른 8,44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점 거래량은 46만 9,525주로 전일 7만 5,085주의 약 620%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11월 이후 일평균 거래량이 3만~5만 주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유동성 유입이다. 장중 한때 주가는 8,880원까지 올라 직전 고점 돌파를 시도했으며, 5거래일 중 4거래일 상승으로 저점을 높여가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분석] PBR 0.24배의 역습… 해성산업, 거래량 6배 터지며 '바닥 탈출' 신호탄 (제공:AI제작)](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2/1765512490989_985338821.jpg)
기술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포착된다. 해성산업 주가는 그동안 7,000원대 중반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었으나, 최근 반등으로 120일 이동평균선을 비롯한 장기 저항선을 상향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수반된 박스권 이탈이 추세 전환의 선행 신호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직전 고점 인근 매물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어 추가 상승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지적된다.
투자 심리를 자극한 핵심 요인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해성산업은 최근 172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해 장기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1회차 교환사채 중 67억 원을 조기 상환해 부채 만기를 분산하는 카드를 꺼냈다. 단기 차입금 상환 압박을 줄이면서 이자 비용을 관리하려는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유동성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리파이낸싱 결정에 긍정적인 점수를 주는 모습이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해성산업의 현재 PBR은 0.24배 수준으로, 전통적으로 PBR 1배 미만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은 지주사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통상 0.2배대는 청산 가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절대 저평가 구간으로 해석된다. 해성산업은 계양전기, 해성디에스 등 자회사 지분과 보유 부동산을 포트폴리오로 가진 지주사다. 이들 자산가치를 감안하면 시가총액 2,747억 원(코스닥 344위)이 과도하게 낮게 형성돼 있다는 인식이 저가 매수세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수급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된다. 지난 11일 외국인 투자자는 해성산업 주식 1만 7,880주를 순매수해 12월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일별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이달 초까지 매도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최근 3거래일 연속 매수 강도를 키우며 지분율을 1.9%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 수급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개인 간 손바뀜 현상도 뚜렷하다. 이날 키움증권이 매수와 매도 모두 상위 1위를 차지해 개인 투자자 간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가치와 시장 가격의 괴리도 주목받고 있다. 해성산업은 코스닥 상장사로서 상장주식수 3,255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나, 일평균 거래량이 적어 유통 주식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동종 제지업계인 한솔제지와 무림P&P 등과 비교하면 해성산업의 PBR 0.24배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로 분류된다. 다만 한솔제지 등이 제지 본업 중심 구조인 반면, 해성산업은 전동공구·반도체 부품·부동산 임대관리 등을 아우르는 복합 지주 구조라 이른바 콩글로머리트 할인 요인이 붙어 있다는 분석이 병행된다.
실적 측면에서는 부담도 존재한다. 해성산업의 2024년 12월 결산 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714억 원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 자회사 해성디에스가 속한 반도체 부품 업황 둔화가 연결 이익 체력을 약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했다. 재무지표상 부채비율은 92.29% 수준으로 양호하고 유보율도 4,783%에 달해 기초 체력은 탄탄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ROE가 0%대에 머물러 있어 자산 운용 효율성 제고가 향후 주가 재평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번 EB(교환사채) 발행은 구조적으로 양면성을 지니지만, 회사는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며 희석 우려를 완화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2030년 만기 장기 자금 조달로 단기 차입 부담을 줄인 점은 재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교환권 행사 시 주식 전환 물량이 향후 잠재적인 매도 물량, 이른바 오버행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보유 자산 관련 중장기 모멘텀도 거론된다. 부산 강서구 산업단지 개발 계획 승인 등 부동산 개발 이슈는 본업인 임대 관리업 외에 개발 이익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이다. 개발 사업이 본격화돼 수익이 현실화되면 자산가치 재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친환경 포장재 수요 증가에 따른 제지 업황 개선 기대도 해성산업의 밸류에이션 하단을 지지하는 재료로 거론된다.
업황과 실적을 놓고 보면, 해성산업은 동종 제지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209억 원으로, 같은 기간 한솔제지 26억 원, 무림P&P 마이너스 86억 원과 비교할 때 우위에 있다. 제지 외에 반도체 부품 및 자동차 전장 부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향후 주가 방향성은 해성디에스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 투자 전략 차원에서는 기술적 지표가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해성산업 주가는 8,000원 선을 강하게 돌파한 뒤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처럼 대규모 거래가 발생한 날 형성된 가격대는 이후 지지·저항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8,000원 초반 구간이 단기적인 핵심 지지선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8,800원 안팎의 직전 고점 매물대에서는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될 여지도 거론된다.
투자 성향에 따른 대응 전략은 엇갈린다. 보수적 투자자들은 8,000원 지지 여부를 확인한 뒤 분할 접근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거래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한 추세 추종 전략을 검토할 수 있으나, 저유동성 종목 특성상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PBR 0.3배 수준에 해당하는 1만 원선 회복 여부가 1차적인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구조와 업황 변동성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성디에스의 전방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의 수요 회복 시그널이 구체화될 경우, 지주사인 해성산업의 연결 실적도 동반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제지 부문에서도 친환경 포장재 수요 증가, 원재료 가격 안정 등이 맞물리면 이익 체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자회사 실적 부진이 이어져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편 해성산업은 탄탄한 유보율과 비교적 안정적인 부채비율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재무 전략을 구사할 여력도 확보한 상태다. 향후 배당 확대나 추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 속도를 높일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 선택은 자회사 투자, 부동산 개발, 신규 사업 등과의 우선순위 조정이 수반되는 만큼 단기간에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시장에서는 해성산업을 둘러싼 이번 수급 변화가 일시적 이벤트로 끝날지, 중장기 추세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 분석에 분주하다. 투자자들은 유동성 부족 리스크와 오버행 가능성, 자회사 실적 변동성 등 구조적 리스크를 살피는 한편, PBR 0.24배라는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경기 흐름, 반도체·제지 업황 지표가 해성산업의 기업 가치와 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