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이집트 방산 협력 상징됐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MENA 시장 진출 가속
한국 방산 수출과 중동·북아프리카 전략이 맞물리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이집트 국방 당국이 협력 행보를 강화했다. 이집트 현지에선 K9 자주포 현지 생산을 계기로 한국과 이집트 간 방산 동맹 수준 협력이 부각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일 현지시간으로 폐막한 이집트 국제방위산업 전시회 EDEX 2025에서 K9 자주포 K9A1EGY가 한국과 이집트 방산 협력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고 11일 밝혔다. EDEX는 격년으로 열리는 중동·아프리카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로, 올해는 450여 개 업체와 4만여 명이 참가해 역내 방산 수요를 보여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전시에서 이집트 국방부와 나란히 전시관을 꾸려 사실상 공동 부스를 구성했다. 야외 전시장에는 사막색으로 도색한 K9 자주포 6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1대, K11 사격 지휘 장갑차 1대가 나란히 배치됐다. 모두 이집트군 전력화를 앞두고 선납된 장비로, 내년 1분기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전시장 내부와 이집트 국방부 전시관 곳곳에는 K9 자주포 사진이 대형 이미지로 부착돼 주력 장비로 소개됐다. 현지 일간지 알 아크바르는 K9A1EGY를 두고 "단순 수입 무기가 아닌 한화와의 협력으로 생산된 국산 제품"이라며 "이집트 국방부 관람동 앞 전략적 위치를 차지해 양측 협력의 깊이를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는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전략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병행하는 외교 다변화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진영에 편중되지 않은 파트너로 평가되는 한국 방산 기업이 균형 외교의 적합한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이집트와 K9 자주포, K10, K11을 묶은 약 2조원 규모 패키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계약을 계기로 이집트 현지 공장에서 한국산과 동일 성능을 갖춘 K9 자주포를 생산 중이다. 조립과 용접, 가공, 생산관리 등 주요 공정에 한국 공장 전문가들을 파견해 이집트 인력 교육과 기술 이전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향후 핵심 부품 단계까지 현지화를 확대해 이집트 자주포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K9 자주포 수출 과정에서 엔진 공급업체 본국인 독일의 승인 절차가 지연되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직접 K9용 엔진 개발에 착수해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방산업계에선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리스크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협력을 교두보로 중동·북아프리카 MENA 방산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DEX 2025에서는 최대 80∼290킬로미터 사거리를 가진 다연장 로켓 천무와, 해안 방호용으로 움직이는 함정까지 타격할 수 있는 천무 대함유도탄을 함께 선보였다. 단거리 40밀리미터 무인 방공 시스템부터 장거리 지대공 요격무기 L-SAM에 이르는 대공 솔루션, 잠수함 등 해양 무기 체계도 함께 소개됐다.
성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동아프리카 총괄법인 사장은 "이집트 국민들은 한국과 이집트 간 협력을 통해 K9 자주포가 자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한 공동 브랜드 효과가 향후 제3국 수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정부와 군은 이집트와의 K9 협력 사례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형 방산 모델을 확산시키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향후 EDEX와 유사한 역내 전시회에서 한국 방산 기업과의 동반 홍보를 확대하고, 천무와 L-SAM 등 전략 자산의 수출 교섭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