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 둔화"…바이오헬스 상장사, 수익성 유지 속 양극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들이 2025년 3분기에도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약품 분야 대기업의 매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전체 지표를 끌어내렸고, 중소기업은 매출이 늘었음에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산업 내 양극화가 다시 부각됐다. 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은 개선되며 재무구조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대형사의 CDMO 수출 확대와 중견사의 글로벌 공급 확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화 지원과 자금 조달 환경 개선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3분기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한국거래소 산업지수 중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에 포함된 82개 공시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로 나눠 기업 규모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인력, 연구개발비, 매출, 재무상태를 올해 9월까지의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종합 분석했다.

전체 매출은 증가했지만 속도는 둔화됐다. 3분기 기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퍼센트 성장했다. 분야별로는 의약품이 10.0퍼센트, 의료기기가 2.3퍼센트 늘었고, 내수와 수출도 각각 7.6퍼센트, 11.5퍼센트 증가했다. 다만 매출액 증가율을 뜻하는 성장성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5퍼센트포인트 축소되며 둔화 흐름이 뚜렷했다. 협회는 의약품 분야 대기업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수익성도 일부 후퇴했다. 3분기 기준 전체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0.8퍼센트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 증가 폭이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영업흑자 폭이 좁아졌다는 의미다. 의약품 분야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0.4퍼센트포인트 줄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이익률은 소폭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영업적자가 지표를 눌렀다는 분석이다. 의료기기 분야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4.4퍼센트포인트 감소했으나, 업계 전반의 영업흑자 흐름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연구개발 투자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의 총인력은 5만143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2퍼센트, 인원수로 1585명 늘었다. 이 중 연구개발 인력은 8487명으로 전체의 16.5퍼센트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약 7.8퍼센트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의약품 연구개발 인력이 12.1퍼센트 늘어난 반면, 의료기기 분야는 16.7퍼센트 감소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고부가 의약품 개발에 인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는 동시에,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비용 효율화를 위한 인력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개발비 지출도 늘었다.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11.5퍼센트 증가했으며, 의약품 11.9퍼센트, 의료기기 7.6퍼센트 모두 확대됐다. 판매비와 관리비 역시 의약품과 의료기기 전 분야에서 증가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1퍼센트 늘었다. 매출 성장을 위한 마케팅, 인력,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연구개발 투자 구조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개발비는 의약품 분야 중견기업이 17.6퍼센트, 중소기업이 15.5퍼센트 줄어든 반면, 대기업은 39.3퍼센트 늘어났다. 전체 연구개발비는 19.0퍼센트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의 투자 확대가 지표를 견인하고 중견·중소는 개발비를 줄이며 방어에 나선 구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위험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개발비가 자금 여력이 큰 대기업 쪽으로 더욱 쏠리는 양상이다.
매출 구조에서는 수출 비중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내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퍼센트, 수출 매출은 21.0퍼센트 증가했다. 특히 수출 증가는 의약품 분야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대기업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이른바 CDMO 해외 수주 확대와 중견기업의 주요 바이오 품목 해외 공급 증가, 중소기업의 기술이전 성과 등이 수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바이오텍의 외주 생산 수요 증가, 신흥시장 의약품 수요 확대가 국내 수출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보인다.
다만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산업 생태계의 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은희 한국바이오협회 산업통계팀장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의 흐름에 대해 매출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가운데 수익성 개선과 재무구조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률이 상승해 산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시에 중소기업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적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술개발 성과의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전략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소 바이오 기업의 경우 임상과 허가 단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공공펀드 연계 등 외부 자금 조달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적자 탈피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기기 분야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영업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의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한 점을 짚었다. 김 팀장은 향후 제품 경쟁력 제고와 해외시장 확대를 통한 수익 구조 개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변화, 보험 수가 책정, 글로벌 인증 획득 속도 등이 의료기기 수출 확대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만큼, 중견기업이 기술 차별화와 규제 대응 역량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수출 중심 성장과 CDMO 위탁생산 확대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지만, 성장을 떠받칠 중소·스타트업 층의 수익 구조가 취약한 점을 구조적 위험 요소로 본다. 특히 고금리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장사조차 연구개발과 임상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세제 인센티브와 정책금융, 공공 조달을 활용한 초기 시장 창출 등 다층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성장 둔화와 양극화 흐름이 향후 제도와 투자 환경 개선 논의에 어떤 변화를 촉발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