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율촌 28 증가”…개인 매수 몰리자 스몰캡 테마 급등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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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주가가 전남 율촌산업단지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30일 장중 30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명 유사성을 추종한 개인 매수세가 몰리며 스몰캡 테마주식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외국인은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 수급 불균형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율촌산단 호재가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율촌은 30일 오전 11시 기준 전 거래일보다 28.30 오른 1,555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갭 상승 출발한 뒤 직전 고점 매물대를 단숨에 돌파하며 52주 신고가인 1,575원에 근접했다. 최근 한 달간 1,150원에서 1,200원 사이 좁은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가 수직 상승한 셈이다.

▲ 율촌이 전남 율촌산단 투자 확대 소식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장중 상한가에 근접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포토DB)
▲ 율촌이 전남 율촌산단 투자 확대 소식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장중 상한가에 근접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포토DB)

거래량도 급증했다. 오전 11시 기준 율촌 거래량은 약 800만 주를 넘어서 전일 거래량 38만 주의 2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매물이 활발히 손바뀜되며 단기 추세가 상방으로 전환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시가총액 약 373억 원 수준의 스몰캡이라는 점에서 제한된 유통 물량 위로 대량 주문이 유입되며 시세가 크게 출렁였다는 분석이다.

 

직접적인 공시가 아닌 외부 이슈가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전남 율촌산단 내 5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롯데케미칼이 해당 산단 내 자회사 공장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율촌산단이 이차전지와 스페셜티 소재 거점으로 부상할 경우, 사명이 같은 강관 제조사 율촌이 지역 산업 활성화에 따른 간접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다만 율촌의 주력 사업은 자동차 조향장치와 현가장치 등에 쓰이는 정밀 인발강관 제조로, 현재까지 율촌산단 내 이차전지·소재 투자와 직접적인 수주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른바 ‘이름 테마’가 작동하며 심리적 매수세가 과열된 사례로 보고 있다. 유사한 과거 사례처럼 실질적인 수익 연계가 불분명할 경우 테마 소멸 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급을 보면 주체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거래소 집계 기준 외국인은 지난 12월 2일부터 29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율촌을 순매도했다. 주가 급등 구간에서도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유지한 것은 현재 가격대가 차익 실현 구간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테마 이슈와 단기 시세 기대를 바탕으로 추격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이저 수급이 받쳐주지 않은 급등에 대해 경계감을 내비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름이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이 쏠리는 현상은 국내 중소형 테마주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라이선스 계약, 공급 계약 등 실질적인 연계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주가 조정 위험도 동시에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개선 신호도 감지된다. 율촌의 2024년 12월 결산 기준 PBR은 약 0.56배로,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회사는 2023년 179억 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24년 26억 원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2025년 순이익이 5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거론된다.

 

폴란드와 멕시코 등 해외 생산 거점 확대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강화 계획도 중장기 성장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 부품 고객사의 현지 생산 증가에 맞춰 인발강관 공급을 늘릴 경우, 실적 턴어라운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주가 급등폭은 이러한 펀더멘털 개선 속도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테마성 재료에 의해 과도하게 상향 조정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병존한다.

 

동종 업계 흐름과의 괴리도 두드러진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0.41 상승,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0.17 하락하는 등 주요 자동차 부품주들이 보합권에서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율촌만 28 안팎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실적이나 업황 차이보다는 작은 시가총액과 유통 물량이 테마성 이슈와 결합해 변동성을 키운 전형적인 스몰캡 장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율촌산단 호재와 상장사 율촌의 실질적 연결고리를 냉정하게 따져볼 것을 주문한다. 산단 투자 확대가 실제 인발강관 수주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 관련 공시나 계약 체결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 급등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외국인 매도 기조가 언제 반전될지,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도 체크 포인트로 거론된다.

 

향후 율촌 주가 흐름은 율촌산단 투자 후속 뉴스와 회사의 실적 개선 속도, 그리고 외국인 수급 방향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테마성 재료와 펀더멘털을 구분해 접근하고, 변동성이 큰 스몰캡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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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율촌산단#롯데케미칼